[나이듦의 신학]

11. 죽음 너머의 삶(2): 만남

시 17:14-15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는(review) 회고도 필요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미리보는(preview)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죽음 이후의 삶’ 정도가 아니라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 이후의 네 단계를 생각해 보는 중이다. 지난 시간에 부활(부활의 몸)과 회복(만물의 회복)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오늘은 만남에 대해서 살펴보자.

1. 만남: 영광스럽고 가슴 벅찬 재회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의 일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그렇다. 인생은 외로움이다. 인생살이만이 아니라 결국 혼자 외롭게 죽음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이에게는 외로운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죽음 이후에 놀라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천국에 도착할 때 (만남에 관해서) 세 가지에 놀랄 것이다. 첫째, 생각했던 사람이 없어서 놀라고, 둘째, 생각지 못한 사람이 있어서 놀라고, 셋째, 무엇보다 내가 거기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누구를 만나나?

(1) 주님

우리는 사랑하는 예수님과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감격스럽겠나! 이런 감격을 잘 표현한 찬송이 찬송가 85장이다.

찬송가 85장 구주를 생각만 해도 이렇게[내 맘이] 좋거든, 주 얼굴 뵈올 때에야 얼마나 좋으랴

전통적으로 중세의 신비 신학자 클레르보의 베르나르가 작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12세기 말에 쓰여진 라틴어 시 ‘예수의 이름에 부치는 노래’의 일부를 영국의 성직자 에드워드 캐스웰이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Jesus, the very thought of Thee / With sweetness fills my breast;

But sweeter far Thy face to see, / And in Thy presence rest.

예수님, 당신에 대한 생각이 제 가슴을 달콤함으로 채웁니다.

그러나 당신의 품 안에서 안식하면서 당신의 얼굴을 뵙는 것은 훨씬 더 달콤합니다.

주님을 만나게 될 때의 감격을 노래한 성경구절과 글을 소개한다.

(a) 다윗 (시 17:14-15)
주님, 이 세상에서 받을 몫을 다 받고 사는 자들에게서 나를 구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몸소 구해 주십시오. 그들은 주님께서 쌓아 두신 재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남은 것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그래도 남아서 자식의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줍니다. 

(그러나) 나는 떳떳하게 주님의 얼굴을 뵙겠습니다. 깨어나서 주님의 모습 뵈올 때에 주님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개역개정: 나는 의로운 중에 주의 얼굴을 뵈오리니 깰 때에 주의 형상으로 만족하리이다)

- 세상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서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풍성한 재물을 얻고, 자녀에게 유산을 남긴다. 하지만 성도는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 또 그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성도의 궁극적인 소원은 주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다. 주님과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기쁨이 넘칠 것이다. 우리도 이런 순간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b) 헨리 나우웬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집으로 귀향하는 기쁨의 순간이다. 그때 나는 주님의 품에 안길 것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께 사랑받는 자’이다. 따라서 죽음조차 외로움과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서(귀향) 사랑하는 주님의 품에 안기는 사랑의 여정이다.

(2) 신앙의 위인/선배들

히 12:1 그러므로 이렇게 구름 떼와 같이 수많은 증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도 갖가지 무거운 짐과 얽매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 앞에 놓인 달음질을 참으면서 달려갑시다.

(a) 나에게 신앙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신앙의 길을 달려가는 우리를 격려하고 있는 수많은 신앙의 위인/선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명예의 전당

성경 인물: 아브라함, 모세, 다윗, 베드로, 요한, 바울...

기독교 역사상 인물: 루터,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 손양원 목사...

(b) 누구를 가장 만나고 싶나?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나? 질문? 직접 이야기 들음? 싸인 부탁?

나는 다윗을 만나는 게 가장 기대가 된다. 나와는 3,000년의 차이가 나는 사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완벽이 아니라 은혜, 그러나 전심), 시적/음악적 감성, 군인의 용맹, 압살롬의 반란으로 힘들었던 시간들...

또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들에게 조선 땅에 와 주어서 정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진주에 배돈병원을 세우고, 결국 창선도에 전도인을 파송하고 우리 집안이 예수님을 믿게 된 역할을 한 당시 호주장로교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3) 가족과 친지

(a) 먼저 하나님의 품으로 떠나간 가족과 친지, 교회 식구들

친엄마: 내가 13살 때 소천.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그렇기에 만나서 더 많이 알고 싶다.

교회 어머니: 박선영, 박미자...

누구나 먼저 보낸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그들을 다 만나게 될 것이다.

(b) 구원받지 못한 가족은? 그들 때문에 천국에서 슬퍼할까? 

결론은 아니다!

천국에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계 21:4)이기 때문이다.

천국에서는 더 이상 인간적인 의미의 아픔이나 슬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

왜 천국에서는 구원받지 못한 가족으로 인해서 슬퍼하지 않을까?

-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한 영혼에 대해 정말로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셨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또 얼마나 지속적인 (우리가 모르는) 구원의 초청이 있었으며, 거절이 얼마나 고집스러웠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완전히 일치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하나님의 영광이 모든 인간적인 아쉬움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 안에서는 인간적인 아쉬움이나 고통을 떠올릴 여지도 없이 충만한 기쁨과 만족을 누리게 된다.

요 17:24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사람들도, 내가 있는 곳에 나와 함께 있게 하여 주시고, 창세 전부터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내게 주신 내 영광을, 그들도 보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인간적 아쉬움이나 고통을 덮어 가리고 없애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삼켜서 기억조차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 것이다. 

조너선 에드워즈(18세기 대각성운동 설교자)

"천국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모든 감각과 이해를 채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적인 부족함, 아쉬움, 상처는 더 이상 생각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영혼은 하나님의 사랑의 바다에 잠겨서 잃어버린다."

(4)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된 전 시대, 전 세계의 크리스천들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서 함께 만나게 되는 만남

계 7:9-10 그 뒤에 내가 보니, 아무도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사람들인데, 흰 두루마기를 입고,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구원은 보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의 것입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대형 집회에서 느끼는 벅찬 감정, 선교지에서 현지 크리스천을 만날 때 느끼는 감정.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사실로 인한 감동과 벅찬 마음

2. 이런 만남의 소망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힘과 용기를 주나?

(1) 외로움을 이기게 해 준다.

이 세상에서는 필연적으로 헤어짐으로 인한 아픔과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사별, 갈등과 오해로 인한 친구와의 헤어짐 등. 이런 경험은 삶이 허무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죽음 이후에 하나님 안에서 온전히 회복된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소망은 지금의 외로움과 무의미함을 견디게 해주는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

(2) 지금의 인간 관계를 소중히 여기게 한다

죽음 이후에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의 선배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나고, 알지 못했던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 이 땅에서 맺는 모든 관계(특히 크리스천)는 결국 영원을 준비하는 관계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누구와 만나서 관계한다는 것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한 구성원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인내심 있게, 더 사랑으로, 더 영원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맺게 된다.

(3)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으로 맞이하게 된다.

죽음은 당연히 두려운 일이다. 노화, 통증, 관계 단절 등

하지만 복음은 말한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더 깊고 온전한 만남으로 가는 문이다.”

주님과 대면하고, 영원한 공동체 안에서 진정한 일치와 사랑을 누리고, 다시 만나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죽음 이후의 그림이라면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겠다.

4/30/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