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7. 회개 없는 세상, 깨어 있는 교회

15–16장

서론 – 역사의 마지막 파도

요한계시록에는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재앙이 나온다. 

(1) 공통점

모두 하나님의 심판을 나타낸다. 7이라는 숫자는 완전함과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의 완성을 뜻하는데 점진적으로 강도와 범위가 확대된다.

(2) 차이점

(a) 인(Seal): 고대에서 인은 왕이 문서를 봉인할 때 사용됨. 여기서는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 계획이 ‘봉인되어 있다가’ 예수님에 의해 차례차례 열리면서 역사의 전개를 드러냄. 하나님이 이미 주권적으로 계획하신 일임을 강조한다.

(b) 나팔(Trumpet): 성경에서 나팔은 경고, 전쟁 시작 신호, 하나님의 임재 선포의 역할. 나팔 심판은 여전히 회개할 기회를 주는 경고음. 1/3이라는 제한이 있어 완전 멸망이 아니라 경고 차원.

(c) 대접(Bowl): 성경에서 대접은 제물, 향, 진노를 담는 용기. 여기서는 하나님의 진노를 부어 쏟아붓는 상징. 최종적, 전면적, 되돌릴 수 없는 심판을 말한다. 즉 회개의 기회가 끝났음을 나타냄.

(3) 의미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재앙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다른 시각과 다른 초점으로 세 번 묘사하는 것이다. 

역사는 인–나팔–대접 재앙같은 반복적 패턴의 작은 파도들이 계속 밀려오는 과정이다. 그 파도 하나하나가 시대별로는 엄청난 사건(전쟁, 박해, 문화 충돌)이고, 그 안에서도 심판과 경고가 점점 강해진다. 그런데 이 작은 파도들이 단지 계속 반복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점점 큰 파도가 되어 마침내 대접 재앙같은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파도로 끝나게 된다. 마지막 파도가 바로 결정적 종말이자 예수님의 재림과 연결된다.

예) 출애굽 사건: 애굽에 임한 열 가지 재앙은 단번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강도가 높아졌고, 마지막에 홍해가 갈라지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 

2차 세계대전: 전쟁 전에도 여러 갈등과 소규모 전투들이 있었지만, 그 강도가 점점 커져 결국 전 세계를 뒤흔드는 전면전으로 폭발했다. 인, 나팔, 대접 재앙의 흐름도 이와 같다.

1. 하늘에서 울려 퍼진 두 노래 (15:1–4)

15:3-4 그들은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와 어린 양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주 하나님, 전능하신 분,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크고도 놀랍습니다. 만민의 왕이신 주님, 주님의 길은 의롭고도 참되십니다. 주님, 누가 주님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지 않겠습니까? 주님만이 홀로 거룩하십니다. 모든 민족이 주님 앞으로 와서 경배할 것입니다. 주님의 정의로운 행동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1) 모세의 노래

출애굽기 15장에서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이 부른 찬양을 말한다. 하나님께서 원수를 심판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사건을 노래하는데, 출애굽 사건은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의 전형이다.

(2) 어린 양의 노래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완성된 궁극적 구원을 찬양한다.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에서 모든 민족의 구원으로 발전되고 완성되었음을 말한다. 

그래서 모세의 노래와 어린 양의 노래가 함께 불린다는 것은 역사 전체의 구원 사건이 예수님 안에서 완성되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2. 일곱 대접 재앙과 그 현실적 의미 (16장)

대접 재앙은 인이나 나팔과 달리 전면적이고 최종적이다(15:1 ‘마지막 재난’).
아래는 각 재앙과 오늘날의 현실적 의미이다.

3. 재앙 속에서도 회개하지 않는 인류 (16:9, 11, 21)

16:9 그래서 사람들은 몹시 뜨거운 열에 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재앙을 지배하는 권세를 가지신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였고, 회개하지 않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16:11 그들은 아픔과 부스럼 때문에, 하늘의 하나님을 모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의 행동을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16:21 그리고 무게가 한달란트나 되는 큰 우박이 하늘로부터 사람들 위에 떨어지니, 사람들은 우박의 재앙이 너무도 심해서, 하나님을 모독하였습니다.

(1) 세 번이나 반복해서 “회개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것이 대접 재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팔 재앙에서는 “남은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았다”가 경고처럼 들린다. 그러나 대접 재앙에서는 그 거부가 고착화되고 완전해진다.

결국 하나님의 심판은 단순히 벌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님을 끝까지 거부하는 인간의 고집이 드러나는 과정이다.

(2) 오늘날 우리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a) 탈종교화 시대: 종교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시대, 종교를 시대착오적이라 보는 경향, 재앙과 위기를 환경오염이나 자연현상으로만 해석.

(b) 세속화 시대: 도덕과 의미의 기준을 하나님(절대적)이 아닌 개인의 선택(상대적)에 두며, 재앙이나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기보다 정부, 과학, 기술, 자기계발 같은 세속적 해결책에만 의존.

(c) 다른 종교의 부흥: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은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세력을 확대. 이는 단순한 인구 증가 때문만이 아니라, 세속화에 반발하는 종교 운동과 결합해 사회 영향력 확대하는 것.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는 이런 대체 종교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묶어두는 ‘영적 대안’ 역할을 한다.

이는 요한계시록의 말처럼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고 다른 대상을 의지하는 인류의 완강함을 보여준다. 재앙의 목적은 경고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경고를 무시하거나 다른 신과 신념 체계로 피하려 한다. 교회는 이런 시대 속에서 더욱 분명하게 하나님만 경배하는 증인으로 서야 한다.

4. 교회에 주는 메시지

16:15 보아라, 내가 도둑처럼 올 것이다. 깨어 있어서, 자기 옷을 갖추어 입고,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며, 자기의 부끄러운 데를 남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1) “도둑처럼 온다”는 말은 재림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일 뿐 아니라, 나팔 재앙 이후 대접 재앙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긴박함을 포함한다. 경고는 이미 울렸지만, 그 심판의 절정이 다가오는 시점과 방식은 알 수 없기에, 늘 깨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지중해 세계는 밤에는 겉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자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런 문화를 반영한 표현이다. 재림 시에 벌거벗은 몸(속옷 차림)으로 예수님을 맞이 하지말라, 그것은 깨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기에 부끄러운 모습이 된다. 그 대신에 낮에 활동하듯이 늘 깨어 있고 옷을 갖추어 입고 있어야 한다. 

성경에서 옷은 신분과 상태를 나타내며, 그리스도의 의와 거룩함, 믿음을 의미한다. 옷을 입는 것은 예수님의 의과 거룩함과 믿음을 덧입고 죄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

(2) 그런데 이런 내용을 명령으로 하지 않고 복을 선언하는 형태로 하였다. 단순히 의무를 지시하는 명령이 아니라, 그 길 끝에 주어질 확실한 상급과 영광을 보여줌으로써 성도를 격려하기 위함이다. 

요한계시록의 일곱 복 선언: ‘복이 있다’(μακάριος, blessed) 선언

1.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는 복이 있다. (말씀의 중심성)

1:3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과 그 안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지키는 사람들은 복이 있습니다.

2.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이 있다. (순교와 충성의 복)

14:13 기록하여라.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3. 깨어서 옷을 갖추어 입는 자는 복이 있다. (영적 준비의 복)

16:15 자기의 부끄러운 데를 남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4.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자는 복이 있다. (최종 구원과 기쁨)

19:9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고 기록하여라.

5. 첫째 부활에 참여하는 자는 복이 있다. (둘째 사망의 해 없음)

20:6 이 첫째 부활에 참여하는 사람은 복이 있고 거룩합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둘째 사망이 아무런 세력도 부리지 못합니다.

6.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다. (말씀에 대한 순종)

22:7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은 복이 있습니다.

7. 옷을 깨끗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다. (거룩함을 유지하는 삶)

22:14 생명 나무에 이르는 권리를 차지하려고, 그리고 성문으로 해서 도성에 들어가려고, 자기 겉옷을 깨끗이 빠는 사람은 복이 있다.

6. 결론

인 재앙은 멀리서 보이는 파도, 나팔 재앙은 경고의 파도, 대접 재앙은 해안을 뒤덮는 최종 파도(쓰나미)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시점에 서 있는가?
나팔의 경고에 반응하며 깨어서 옷을 갖추어 입고 있는가?
아니면 졸고 있거나, 재앙 속에서도 하나님을 대적하는 길로 가고 있는가?

오늘 깨어서 옷을 갖추어 입어서 복을 받고 누리도록 하자.

8/13/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