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샤론목장의 사혜정 목자입니다. 오늘 저는 지난 일 년 동안 비지니스 차 북경에서 지내는 동안 제가 만난 하나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하나님이 저에게 마법 같은 일들을 많이 보여주셨고, 또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간증에 중국 대표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 분에 관한 제 주관적 판단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 분을 통해서 일하셨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작년 여름, 지인을 통해 한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미모와 언변이 참 뛰어나신 60대 초반의 재미교포 여자 분으로, 북경에서 호텔 플라워 비즈니스를 하고 계셨습니다. 디자인만 전공한 분이라 한국에서 플로리스트를 찾고 계시는 중이었고, 저를 만나자마자 그동안 제가 한국에서 했던 이력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같이 일하자고 좋은 조건으로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 생활을 접고 북경에 정착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또한 섬기고 있는 목원들을 두고 가야하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이 일로 목사님과 상의를 했고, 때마침 샤론목장의 조력자로 와주신 김정본, 유미정 집사님께도 제 입장을 의논드렸습니다. 두 분은 저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으니 잘 다녀오라며, 목자 대행으로 열심히 섬겨 보시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무 염치가 없었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저는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는 며칠이 채 지나지도 않아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약속했던 월급과는 너무나 차이가 났고, 한 달에 한번 짧게만 한국을 다녀와야 하며, 무엇보다 주일날에도 일이 있으면 교회를 못갈 수도 있는 상황까지 되는 등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 잘못 왔구나!’ 다시 짐을 싸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밤마다 울면서 배신감에 지친 마음을 꾹꾹 눌렀습니다. 그 당시에는 기도도, 말씀도, 한국으로 거는 전화 통화도, 그 어느 것도 뜻대로 안 되었고, 그냥 대표님과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싫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살 길은 교회를 가는 것뿐이었지만, 교회가 어디인지 혼자서 찾아갈 수도 없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참 막막한 상태였습니다. 중국말을 전혀 못하니 그냥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얼굴은 중국 대표님 때문에 알게 된 이 대표님이었습니다. 이 대표님은 사랑의교회 권사님으로 비즈니스 선교에 특별한 마음이 있으신 분이신데, 제 얘기를 듣고 중국 대표님의 또 다른 면에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교회도 가지 못하는 제 처지가 너무 딱해 보였는지 며칠 뒤 일부러 북경으로 오셔서 위로해 주시면서 박선교사님을 소개시켜 주고 돌아가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이렇게 사람을 통해 하나둘씩 시작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대표님을 통해, 나중에 동생같이 지내게 된 박선교사님을, 박선교사님을 통해 엄마같은 북경한인교회의 권사님을, 또 교회의 새신자반에서는 영국에서 온 하나님의 선물같은 솔이네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북경한인교회에서 한 달 동안 새신자반에서 섬김과 돌봄을 받고, 또 새로운 만남의 축복을 누리며 교회 생활을 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 와서 알게 된 대표님의 심적 상태는 제가 감당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한때 한국과 중국의 수많은 언론을 도배할 만큼 소위 잘나가는 사업가였지만, 많은 실패 끝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자는 너무나 예민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병적인 정리벽으로 인해서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남의 것까지 정리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참다못해 대표님께 제발 좀 그만하시라고 소리를 질렀고,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대표님은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시며, 제가 한국에 들어가면 지금 하고 있는 꽃 비즈니스는 그냥 접겠다며 마치 협박처럼 저를 힘들게 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모르니 돈과 명예를 좇아 살아가는 대표님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또 본인이 꽃을 못하니 늘 제 눈치를 보시는 모습도 불편했습니다. ‘왜 하나님이 이런 대표님을 나에게 붙여주셨을까?’ 그냥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뿐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었지만, 기도도 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나중에 후회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작정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교회에서 특별새벽기도를 한다고 해서 저는 이번 기회에 하나님께 확실한 응답을 받아 북경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면 대표님은 유별나게 새벽기도까지 왜 가냐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데 저는 그때마다 기도를 하고 왔으니 죽을 힘을 다해 속으로 ‘하나님, 제가 너무 싫어하는 대표님을 축복합니다’라고 몇 번을 되뇌었습니다. 이렇게 영적 싸움이 치열한 중에 특새기간을 보내는 어느 날, 저는 같은 날에 한국폰과 중국폰 모두 소매치기를 당하는 난감한 상황과 저녁에 안경을 닦다가 안경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타문화권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편함과 중국어를 못해서 오는 정체성 혼란도 힘든데, 여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핸드폰과 안경까지... 이렇게 하루에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엄청난 경험을 하면서 저는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습니다. ‘하나님,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참으로 하나님은 너무 빡세게 저를 낮추시고, 낮추시고, 또 낮추시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생활 속에서 더욱더 붙잡아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통해 늘 일하시는 하나님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박선교사님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박선교사님은 전도사이신 남편분과 북경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카페를 예배와 성경공부의 장소로 사용하는 선교적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중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 탄압이 심해서 이미 많은 한국 선교사님들이 추방을 당했고, 박선교사님도 예배를 드리는데 갑자기 공안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기적같이 빠져나왔다고 했습니다. 또 운영하는 카페에서 중국인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리킨다는 것이 들통 나서 카페도 곧 문 닫게 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아, 이분들은 중국 선교를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나는 겨우 대표님 한 분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다니...’ 저보다 나이 어린 박선교사님은 오히려 언니처럼 저를 위로해 주면서 하나님이 언니가 이곳에 꼭 와야 하는데 대표님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니 빨리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잠시 접고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 하실 일을 기대하자고 저를 격려했습니다. 

다행히도 북경 생활은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갔습니다. 핸드폰 앱으로 부르는 띠디 자동차를 타고 밤에 혼자 가는 것도 두렵지가 않아졌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간단한 중국어로 주문도 곧잘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있는 동안 2개의 호텔 꽃 비즈니스를 더 따게 되어서, 대표님 회사에서 하얏트 그룹 호텔 3군데와 켄빈스키 호텔, 총 4개 호텔의 꽃 장식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호텔마다 오가면서 총지배인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은 저에게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며 지나갑니다. 나름 보람도 느꼈습니다. 또 하나님도 모르고, 교회도 전혀 가본 적이 없는 조카뻘 되는 중국 플로리스트 친구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으로 잘 대해 주었는데, 그들은 제가 좀 힘이 없어 보이면 서투른 한국말로 “선생님, 할렐루야!” “선생님, 아멘!” 하며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그리면서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들에게 중국어판으로 나온 제 꽃책에 각자의 이름을 써주는데 한자가 너무 어려워 그림처럼 그려주면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참 좋아했습니다. 또 기적같은 일은 저를 통역해주는 예쁜 한국 유학생을 전도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 일입니다. 제가 처음 교회에 가던 날 너무 힘든 마음에 많이 울고 있었는데, 이권사님이 찾아와 두 손을 꼭 잡아주면서, 지금은 울고 있지만 나중에는 웃을 일이 꼭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셨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신기하게 정말 우리 둘이는 청년부 예배가 끝나면 맛집을 찾아가 맛있게 먹고 웃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하나님은 참 놀라우신 분입니다. 지금 와 돌이켜보니 2019년 북경은 저에게 광야를 걷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돈 주고 살수 없는 하나님의 ‘스폐셜 레슨’이 있는 해였던 것 같습니다. 

첫째, 분주한 한국의 일상에서는 제가 하나님의 음성을 잠잠히 듣지 않고 자꾸 튕겨나가니, 일부러 북경으로 부르셔서 저를 한없이 낮추셔서 하나님께만 집중하게 하셨습니다. 

둘째, 대표님을 통해서 저의 모습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동안 저는 나름 좋은 인성을 가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싫어하는 대상은 절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저의 밑바닥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나님께만 집중하게 되자, 그렇게 눈에 거슬리고 싫었던 대표님과의 관계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분이라 여겨지니 정리벽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모습도 이제는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의 영혼구원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는 공항에서 진심이 담김 문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전의 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인데, 모든 것은 다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박선교사님을 통해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살아있는 선교 현장을 보게 되어서, 무엇이 정말 선교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 북경한인교회에서 새신자가 되어보니 교회 안에서 아웃사이더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청년부를 섬기면서 다음세대에 대한 사명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전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짐을 싸면서 오디오 성경을 통해서 들은 말씀입니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는냐?” (이사야 43:19 말씀) 그때는 하나님이 무슨 일을 하실지 잘 몰랐지만 광야에서 주신 음성이라 그 말씀을 마음에 품고 더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일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다 아신다는 강한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날 저는 헌신시간에 앞으로 나와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제 우리 사랑하는교회에 꼭 붙어 있어서 목사님이 전해주시는 52주 말씀을 먹고 자라게 해주세요. 그리고 수많은 선교사님들을 도울 수 있는 비즈니스 선교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날 집사모임에서 새로 시작하는 새신자반을 섬기기로 헌신했습니다.

북경에 있으면서 때때로 도망가고 싶고 회피하고 싶었던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순종하고 버텼더니 곳곳에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들을 만났고, 그분들을 통해 많은 사랑과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갚을 차례가 온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주님이 저에게 주신 달란트로 잃어버린 영혼을 살리는데 전력질주해 보겠습니다. 새 일을 행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겠습니다. 부르신 땅에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증명해주신 하나님, 제 삶을 인도해주시고 보호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중보로 힘을 주신 목사님과 사모님, 성도님, 그리고 새벽마다 기도자리를 지켜주신 부모님, 특별히 북경한인교회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이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순간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영광 받으시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증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