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말씀인가?

대표기도 시간이나 설교 후 초청시간 때 “오늘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서”라는 표현을 들을 때 마다 그 ‘목사님의 말씀’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가 궁금한 생각이 듭니다. 설교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마음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나는 (기껏)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전했는데 (겨우) 목사님의 말씀이라고?’ 혹은 ‘(일개 인간에 불과한) 목사의 말이 바로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강단에서 전하는 설교자의 말은 무조건 하나님의 절대적인 말씀인가? 이는 설교자는 하나님의 특권을 부여받은 특별한 사람(적어도 설교할 때만이라도)이라는 절대화가 전제된 생각입니다. 이런 절대화는 절대 권력에 대한 폐해로 이어짐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인간의 말인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 되느냐에 대한 이해입니다.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는 설교자의 높은 지위, 강한 확신, 강렬한 열정, 뛰어난 언변 등에 의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호형 교수의 글을 인용해 봅니다. “설교학자 프래드 크래덕에 의하면 설교자가 자신의 문화와 전통에서 주어진 말을 받아서 그중에서 명료하고, 생동감 있고, 적합한 단어들을 선택하여 그것들을, 진리를 전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배열한 다음, 가장 일반적인 용법에 따라 말로 표현하고 설교를 통해서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 그렇게 설교자의 입에서 나온 인간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시키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다. 즉, 설교자가 자신의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겸손하게 자신의 인간적인 말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도록 기도하는 자세로 말씀을 전하면, 그 말씀을 듣는 회중은 설교자의 인간적인 말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은 그 자신만이 아는 신비한 방법으로 회중의 마음에 역사하신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설교는 여전히 인간의 말로 남아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설교자는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섬기는 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