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회의 행사로 동유럽 여행 중에 있습니다. 유럽여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의 배경이 되는 유럽이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 여행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기쁩니다.

체코의 프라하는 많은 한국 관광객이 찾는 곳인데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곳입니다. 종교개혁운동에 큰 역할을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15세기 유럽은 카톨릭 교회가 지배하는 시대로서 교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라틴어 성경만 사용하고 라틴어로 미사(예배)를 드렸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 시대에 얀 후스는 자국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자국어로 설교해서, 누구든지 성경을 읽고서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카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항거하며 면죄부 판매를 반대하는 공개논쟁을 벌였습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보다 100년을 앞서는 개혁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앞선 탓일까요? 얀 후스의 개혁은 카톨릭 교회의 탄압으로 중단되고 얀 후스는 화형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따르던 체코의 모라비아 지역 사람들은 모라비아 교회를 형성하며 믿음을 지켜갔습니다. 카톨릭 교회가 아니라 개신교의 모습을 가진 교회였습니다. 그들은 핍박을 피해서 독일과 체코의 국경 산맥에 있는 작은 마을 헤른후트로 갔습니다. 이들을 받아 준 사람은 진젠도르프입니다.

진젠도르프는 독일의 귀족 가문이었지만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십자가 상의 예수님 그림에 "나는 너를 위해 목숨을 버렸다. 지금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라는 글이 적힌 그림 <에케 호모> (이 사람을 보라)을 보고 평생 주님의 십자가와 동행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 진젠도르프는 모라비아 교회의 지도자가 되고 그의 보호 하에 모라비아 교회는 놀라운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개신교 최초로 선교사를 파송했습니다. 그것도 자비량을 일하면서 선교하는 선교사였습니다. 카리브해 전역과 터키, 아프리카, 그린란드, 그리고 당시는 신대륙이었던 미국에까지 선교사를 파송한 놀라운 일을 했습니다.

1735년에 존 웨슬리는 미국 조지아에 선교사로 떠났습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배는 심한 폭풍우를 만나 그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런데 무서운 풍랑 속에서도 놀라우리만치 평온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라비아 교인들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본국 영국으로 돌아온 존 웨슬리는 모라비아 교회의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한 평신도가 루터의 로마서 서문을 읽는 것을 듣는 중에 회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웨슬리는 영국의 대부흥운동을 이끌며 감리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체코의 존 후스에서 독일의 모라비아 교회와 진젠도르프, 그리고 영국의 존 웨슬리에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령님의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