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2

해 아래에서의 수고

전 1:2-3, 고전 15:58

지난 주일 전도서의 서론을 했다. 

올바른 인생론이란 무엇인가?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을 균형있게 붙드는 삶.

언젠가는 죽는 유한한 존재임을 늘 자각하면서 동시에 오늘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즐기고 나누며 사는 삶이 올바른 인생론이라고 말씀드렸다.

지난 주일이 총론이었다면, 오늘부터 각론으로 들어간다.

1. 헤벨의 의미

(1) 전도서에서 가장 기억 남는 구절은 무엇인가?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5번이나 연속 반복. 전도서 전체에서 무려 38번이나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전도서가 허무주의가 아니냐고 말한다. 헛되다, 덧없다, 무의미하다, meaningless...

인생이 헛되고 무의미 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하는 모든 수고가 헛된 수고라는 말이다.

(2) 그런데 ‘헛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 ‘헤벨’에 대한 번역이 아쉽다.

헤벨은 수증기, 연기, 안개, 바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헛되고 의미가 없다는 뜻과는 약간 다르다.

연기나 안개의 특징은 (a) 분명히 실체가 있다. 하지만 (b) 오래가지 않고 곧 사라진다. 그리고 (c) 어디로 움직일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전도자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을 헤벨, 즉 안개나 연기로 비유하고 있다.

2. 인생은 헤벨

(1) 인생은 짧다

(a) 촛불을 끌 때 생기는 연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아무리 안개가 짙어도 해가 뜨면 곧 사라진다.

약 4:13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생의 주소> 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인 것을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세월은 금방 지나가나다. 인생은 참 짧다.

(b) 나이 들면 세월이 더 빨리 간다?

그렇게 느끼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일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별개의 경험이 뭉쳐서 하나의 덩어리로 기억된다.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라서 별개의 경험으로 기억되는데, 나이 들면 다 해 본 일이라서 그저 하나의 기억 덩어리가 된다. 그렇게 기억이 단순화 되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순간순간을 즐기고 누리고 감사해 하는 것이 필요하다.

(c) 인생은 헤벨이다. 금~방이다. 치열하게 살기도 하고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연기나 안개처럼 짧게 지나간다. 고목 앞에 서 보라! 예) 용문사의 1100년 된 은행나무

수십/수백 만년 동안의 지각 변동을 거쳐서 형성된 산과 바다 앞에서 서 보라!

우리의 인생은 헤벨이다. 안개와 같고, 연기와 같다. 참으로 짧다.

(2) 인생은 예측불허다

전도자가 헤벨이라는 표현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일 것이다.

연기는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어느 방향으로 퍼져갈 지 전혀 예측불허다.

(a) 잠언서는 율법서에 기초한 지혜서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게 제일이다.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그러나 이런 말은 원론적인 말이다.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경우를 많이 당하게 된다. 

욥처럼 의인이 고난을 당한다. 그럴 때 욥의 친구들처럼 고지식하게 원론만 들이대면 곤란하다. ‘네가 뭔가 잘못한게 있을거야. 솔직하게 인정하고 회개해.’

그렇다면 악인이 잘 되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이런 고민 한 번쯤 해 보지 않았나? 괜히 나만 착하게 살려고 했나? 괜히 나만 믿음 지키면서 산다고 하면서 손해 보았나? 왜 저 사람들은 잘 살지? 왜 하나님은 가만히 계시지?

(b) 착하게 살면 잘 되고 못되게 살면 망한다, 순종하면 복 받고 불순종하면 벌 받는다는 원론적인 법칙이 항상 통용되지는 않는다. 전도서는 그 이야기를 한다. 인생은 마치 연기가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은 헤벨이다. 안개와 같고, 연기와 같아서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

3. 인생은 반복된다

전도자는 ‘헤벨’에다 또 하나의 내용을 추가한다.

(1) 4-7절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해는 떴다가 지고 또 다시 뜨고, 바람은 이리저리 불다가도 불던 곳으로 돌아간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다시 증발해서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서 강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이 반복되고 순환된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열심히 한다해도 다 반복과 순환에 불과하다. 다 이미 있었던 일이다. 

이 세상에 새 것이란 없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2)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데?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것(정신문명)은 새로 나오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에 다 나왔다.

예)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의 ‘기축시대의 문명’(Axial-Age Civilization) 개념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의 시대에 인류 정신문명의 기축을 형성했다고 한다. 

인도의 석가모니, 중국의 공자·노자·장자,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모두 기원전 5세기 전후의 사상가들이다. 이 시대에 동양의 유교와 도교 경전, 인도의 불교와 자이나교 경전, 서양의 그리스 철학 문헌과 구약성서 등 인간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위대한 사상이 탄생했다. 서로 독립적으로, 그것도 거의 동시대에 일어났다. 이 시기에 집대성 된 정신문명은 지금까지도 줄곧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3) 그러나 순환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을이 좋다고 가을만 있거나, 기쁜 일만 계속 된다면 행복할까? 감사를 잃어버린다. 항상 건강하면 행복할까? 항상은 당연함인데, 당연하게 여길 때는 감사가 없고 행복이 없다.

그런데 순환한다면 다르다. 여기에 있다고 좋아했는데 사라지고, 사라져서 슬펐는데 다시 찾아온다.

반복되고 순환하는 인생을 통해서 감사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여유있을 때나 갖게 된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깊고 마음이 건강할 때나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허무해 진다. 열심히 노력해 봤자 소용이 없구나...

중간 결론

인생은 짧고, 인생은 예측불허다. 금새 지나가 버린다. 착하고 선하게 산다고 반드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헤벨이다. 

인생은 반복되고 순환된다. 

그래서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는 헛되다.

모든 수고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1:14).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모든 것을 관두고 케세라세라로 살라는 말인가? 욜로족으로 살라는 말인가? Yolo(You Only Live Once)

4. 어떻게 살아야 하나?

(1) ‘해 아래’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 명예,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미와 보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고 수고한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을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원론적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도자는 그 모든 것이 헛되다며 우리의 생각을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 이 땅에서의 ‘해 아래’에서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영원한 삶으로 초대한다.

고전 15:58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여러분이 아는 대로, 여러분의 수고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

이 구절의 부활장의 결론이다.

(2) 역사관

(a) 순환하는 역사관: 불교의 윤회사상

(b) 직선적 역사관: 기독교의 창조와 종말

그런데 자연과 인간의 삶은 순환이 있다.

(c) 나선형적 역사관 Spiral

순환하는 것 같지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다. 이게 맞는 것 같다.

지금도 하나님 나라를 살고 있지만, 역사의 끝에 마침내 완성된 하나님 나라에 도달한다. 

그곳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일직선으로 가지는 않는다. 후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완성된 종말을 향해서 가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할 때 인생은 그저 반복되는 것 같고 허무하고 의미가 없어 보이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은 일하고 계시고, 여전히 우리는 완성된 종말로 나아가고 있다. 

비록 업&다운이 있고, 때로는 주저 앉거나 후퇴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도, 결국은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 나선형이 계속해서 전진하듯이

(2) ‘해 아래’가 아니라 영원의 관점

해 아래에서의 수고는 헛되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

예수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헛됨/허무의 극치인 죽음을 이기시고 역사는 계속해서 전진한다는 것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부활은 선취적 사건

그래서 예수님 안에서의 모든 수고는 다 의미있고 보람이 있다. 목회, 사역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이다’ ‘모든 일을 주께 하듯이 하라’

하나님 앞에서 의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결코 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는다.

결론

해 아래에서의 수고는 헛되다.

인생은 짧고, 예측불허이고, 순환반복하기 때문이다.

해 아래에서의 수고는 바람 잡는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

예수님의 부활로 역사는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수고는 그 하나님의 역사 안에 있기 때문이다.

2024/1/21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