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7

아름다운 그릇 되기

전 6:1-12(1-2, 7-9)

그동안 전도서를 통해서 살펴본 행복의 비결들

-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 (하나님 안에 있다면) 모든 때는 아름다운 때이다.

-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노력의 대가(내 것)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따라서 누리고 나누어야 한다. 그럴 때 행복이 온다.

- 남을 위할 때 나도 행복

- 하나님과 관계하는 법: 말씀 듣기(읽기), 기도하기, 약속 지키기

1. 억울한 일(1-2)

피땀 흘려 벌은 돈을 정작 나는 써보지도 못하고 엉뚱한 사람이 즐기게 된다.

‘억울한 일’을 개역개정은 ‘불행’이라고 번역했는데, 원어적으로는 악(evil)이다.

심은 만큼 거두고, 거둔 만큼 누리는 게 당연한 일이고 선인데, 애써 고생해서 번 돈을 제대로 써 보지 못하거나 엉뚱한 사람이 쓰게 되기에 악이고 불행이고 억울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는 악이 만연하다.

(1) 여유가 있는 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비록 나는 못 쓰지만 자식에게 물려주면 좋은 일 아닌가? 아니다. 잘못하면 자식 망치고 상속문제로 집안이 갈라진다.

돈 많은 사람이 행복한가? 자기한테 돈 뜯어낼 사람만 꼬이기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 ‘나한테 뭘 요구하려고 오는 건가?’ 늘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곤하겠나!

그러면 어떻게 하나? 돈은 써야 한다. 누리고 베풀어야 한다.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모은 돈이 아니라 쓴 돈이 내 돈이다’

우리 교인들은 잘 하고 계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안타까운 예도 있다.

예) 2018년 일본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일본은 쓰레기장에서 주은 현금이 2017년 한 해 약 1,900억원이라고 한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서 국고로 귀속된 금융자산만 2015년 약 4,340억원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

(2) 여유가 없는 분/젊은 세대

돈이 쪼달리는 분에게는 배부른 소리이고 사치스러운 고민인가? 쓸 돈 좀 있어 봤으면 좋겠다.

공부하고 돈을 벌어야 할 나이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인가?

돈에 관한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성경과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우자.

(a)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 벌어야 한다.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세대에 따라서 소비 수준이 다르다. 나도 세대 차를 느낀다. 

그래도 젊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모아야 한다.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문제이다.

(b) 돈 벌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나? 

코로나 기간에 유행이 된 용어 파이어족. 경제적으로 자립한(Financial Independence) 자발적 조기 은퇴자(Retire Early)

어느 정도면 경제적 자립인가? ‘마트에 가서 가격에 상관없이 물건 집을 수 있을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허튼 데에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면서 사는 자세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을 때부터, 돈이 많지 않을 때부터, 돈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금액이 크던 작던 간에 누리고 베푸는 삶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이 생길 때 누리지 못하고 베풀지 못한다. 써 보지도 못하고 남에게 간다 -> 쓰레기 봉투에 담김 돈!

(c) 베풀기만 하라구? 아니다! 누릴 줄 알아야 한다. enjoy! 

누림의 핵심은 감사다! 내 손으로 번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인식

비싸고 좋은 것만 누리는 게 아니라, 작고 일상적인 것을 누릴 줄 아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게 깊은 영성이고 인생 실력이다!

2. 왜 우리 영혼은 만족하지 못하나?(7-9)

(1) 7-9절은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7절 사람이 먹으려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지만, 그 식욕을 채울 길은 없다.

늘 배가 고프다는 말? ‘식욕/욕망’을 끝없는 탐욕으로 책망하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식욕’의 원어는 ‘네페쉬’이고 이 단어는 ‘영혼’으로 더 많이 쓰여지기에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

7절 (사역) 사람의 모든 수고는 그 입을 위하지만 그 영혼을 만족시키지 않는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 온갖 수고를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다고 해서 영혼이 만족되지는  않는다. 의식주가 해결됐다고 해서, 남 부러워하는 것들을 얻었다고 해서, 영혼이 만족되지는 않는다.

(2) 왜 우리 영혼은 만족하지 못하나? 과학적인 설명을 해 보겠다. 

(a)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도파밍'(도파민 파밍)을 올해 주요 키워드로 다뤘다.

도파밍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을 합친 신조어다. 여기서 파밍(farming)은 게임용어로서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농작물을 수확하듯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도파밍은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행동이면 뭐든지 시도하고 끌어 모아보려는 노력을 말한다. 그래서 결국 중독이 된다.

(b) 대표적인 도파밍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영상을 보는 행위다. 

짧은 시간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는 만큼, 도파민이 다량 생성된다고 한다. 한번 숏폼을 보기 시작하면 좀처럼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게임도 마찬가지)

예) 누워서 휴대폰 보면 1시간 순삭!
도파민은 설탕같은 단 음식을 섭취했을 때도 분비된다. 그래서 단 음식 섭취, 담배, 술, 마약도 모두 일종의 도파밍이다.

(c)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다. 우리 몸에는 도파민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한 번 자극을 느끼면(쾌락) 그 다음에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그래야만 쾌감을 느끼게 된다. 점점 더 많은 도파민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뇌세포가 죽게 된다고 한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고, 갖고 싶은 것을 갖는다고, 영혼이 만족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망가지게 된다.

(2) 왜 우리 영혼은 만족하지 못하나? 신학적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라서 하나님으로만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른 것으로는 채워질 수 없다. 

파스칼(17세기 수학자, 철학자, 신학자):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님이 만드신 공간이 있다. 이것은 어떠한 피조물로도 채울 수 없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만이 채워주실 수 있는 공간이다.” (God-shaped vacuum)

그런데 인간은 어리석게도 성공, 돈, 쾌락, 인간관계 등으로 그 공간을 채우려고 애쓴다. 모두 다 헛수고다. 아무리 원하는 대로 되었다 해도 마음에 진정한 안식과 쉼을 얻지 못한다. 우리 영혼은 만족하지 못한다. 예수님 안에서만 안식과 쉼을 얻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3) 왜 우리 영혼은 만족하지 못하나? 문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것은 우리 인생이 빈 그릇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빈 그릇이라서 무엇인가를 늘 채우려고 한다. 그런데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문제다. 채워야 할 것으로 채우고 비워야 할 것은 비워야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혼이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런 시를 알게 되었다. 김상길 시인이자 목사인 김상길 님의 <그릇>이라는 시이다.

그릇 (김상길, 목사, 시인)

비울 줄 모르고
채우기에만 허둥거렸습니다.

남보다 앞서서 수북히 쌓아 놓았습니다.

그 부패하여 냄새나는 떡 덩어리를

은택의 향기로 알고

이웃을 불러 자랑했습니다.

채울 줄 모르고

비우기에만 바둥거렸습니다.

그 귀한 보배들을

실속 없는 선물,

그릇을 상하게 하는 티끌로 알고

사람들이 잠든 사이 소리 내지 않고 비웠습니다.

별이 만발한 이 새벽

당신의 음성에 잠을 치우고

비로소 눈을 떠

비워서 얻는 것과

채워서 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아름다운 그릇이 무엇인가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1연은 그릇에 채우기만 하고 누리거나 베풀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그 결과는 부패한 냄새를 은택(은혜와 덕택)의 향기로 착각하고 오히려 자랑했다.

2연은 오히려 반대로 비우는 행위인데 문제는 귀한 것마저 비워버렸다는 고백이다. 정말로 귀한 것(건강, 관계, 하나님)을 귀한 줄 모르고 실속 없는 선물이라고 여겨 버렸다.

3연은 드디어 영안이 떠졌다. 어떤 그릇이 아름다운 그릇인가를 깨달았다고 한다. 화려한 것으로 가득 채워진 그릇이 아니고, 정말로 귀한 것들의 진가를 모르고 귀찮다고 비워버린 그릇도 아니라, 채울 건 꽉꽉 채우고 비울 건 기꺼이 비운 그릇이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고백이다.

우리 모두 이런 아름다운 그릇이 되자!

우리 인생은 빈 그릇이다.

아름답게 채우자.

돈과 지위도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또 지혜롭게 일하고 아끼고 모으자.

그러나 소비자본주의에 속아서 그것들보다 더 귀한 것을 비워버리는 어리석음은 피하자.

건강, 인간관계(용서/연민/사랑, 수용/감사/존중),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으로 채우자.

또 적절하게 비우자.

너무 채우지만 말고 적절하게 비우고 나누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누리고 나누라고 주신 것을 누리지도 못하고 죽지 말고,

또 나만 누리지도 말고,

주변 사람과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비우자.

이런 아름다운 그릇이 되자.

2024/3/3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