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1

시편 120편

독화살을 맞았을 때

내가 고난을 받을 때에 주님께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여 주셨다.
주님, 사기꾼들과 기만자들에게서 내 생명을 구하여 주십시오.
너희, 사기꾼들아, 하나님이 너희에게 어떻게 하시겠느냐? 주님이 너희를 어떻게 벌하시겠느냐?
용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싸리나무 숯불로 벌하실 것이다!
괴롭구나! 너희와 함께 사는 것이 메섹 사람의 손에서 나그네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게달 사람의 천막에서 더부살이하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내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오랫동안,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구나.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평화를 말할 때에, 그들은 전쟁을 생각한다.

시편 120-134편(15편)은 

(1) 절기 때 예루살렘으로 예배드리러 가는 순례길에 부른 찬송집

(2) 예루살렘 성전의 15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 부른 찬송집

후자에 무게를 둔다면 순례길을 가는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수요예배 때 한 편씩 묵상해 볼 계획이다.

120편은 서곡 역할이다.

하나님이 계신 성전으로 순례길을 떠나는 삶의 현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는지, 그래서 왜 하나님이 계신 성전으로 가야만 하는지 노래하고 있다.

1. 결론 먼저

결론을 먼저 노래한다.

1절 내가 고난을 받을 때에 주님께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여 주셨다.

신앙생활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이것 아닌지?

고난당할 때 주께 부르짖었더니, 주께서 응답해 주셨다!

(1) 고난당할 때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게 당연한가? 당연! 자연스러운가? 절대로 아니다!

전도하려고, 신앙성장을 염려해서 기도하는 대상 중 고난을 당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잘 됐다고 여긴다. 드디어 주께 부르짖을 기회가 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난당할 때 계산이 복잡해진다. 

주로 ‘내가 괜히...’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나를 사랑하신다면...’

이런 원망과 후회가 앞선다. 

주로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머리 굴리기에 바빠진다.

그래서 고난당할 때 주께 부르짖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고난당할 때 주께 부르짖는다면, 이건 성령의 역사요 하나님의 은혜다.

이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께 나아가고,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게 되는 놀라운 은혜다. 우리로부터 나온 것은 절대로 아니다.

(2) 부르짖을 때, 하나님은 응답하신다.

시편 저자는 그런 체험이 있기에 이 시를 썼다.

사정이 어떻고, 어떤 식으로 해결되었다는 것보다도 이런 결론이 더 중요하기에 먼저 결론부터 선포한다.

때로는 과정의 디테일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선명하다.

선명한 결론이 심령/영혼에 깊이 각인된다.

내가 고난을 받을 때에 주님께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여 주셨다!

하나님을 그런 분이시다! 

2. 어떤 고난? (어떤 사정)

시 121편을 논할 때, 당시 순례자들의 3대 위험요소는 헛발질해서 발을 삐는 것, 뜨거운 태양, 정신을 혼미케 하는 밤의 달빛(실제가 아니라 그렇게 이해)라고 했다. 

우리의 3대 위험요소는 아마도 돈, 건강, 관계일 거라고 했다.

그 중에도 관계가 가장 힘든 문제일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 대하는 일!

여기서도 관계의 문제로 인한 고난을 이야기 한다.

크게 두 가지 경우

거짓된 사람들로 인한 고난과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들로 인한 고난

(1) 거짓된 사람들로 인한 고난(2-4절)

(a) 거짓말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체 중 일부만 떼어서 말하는 거짓말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참말과 거짓말을 적당하게 섞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거짓말도 있다.

틀린 말은 하지 않지만, 참말을 하지 않는 거짓말도 있다.

핵심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말을 꾸미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꾼과 기만자라고 한다.

2절 주님, 사기꾼들과 기만자들에게서 내 생명을 구하여 주십시오.

십계명에는 거짓증거 하지 말라고 한다. (이익을 위해서 거짓 증언하는 것)

잠언에는 저울추를 속이지 말라는 말이 많다.

말을 살짝만 돌리면 이익이 되는 상황. 다들 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놀림 받거나 오히려 경계대상이 되는 사회...

(b)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2절 주님, 사기꾼들과 기만자들에게서 내 생명을 구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시인은 부르짖는다.

3-4절 너희, 사기꾼들아, 하나님이 너희에게 어떻게 하시겠느냐? 주님이 너희를 어떻게 벌하시겠느냐? 용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싸리나무 숯불로 벌하실 것이다!

싸리나무(=로뎀나무)는 불이 가장 세고 오래간다는 나무

대놓고 소리 질렀나? 아니다.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성전으로 순례길을 가면서 하나님께 소리 지르며 하소연했다.

그가 살던 동네에 이렇게 거짓말하는 사기꾼과 기만자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세상을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다. 

같은 동네 사람들이었다. 같은 회사, 아이들 같은 학교 친구 엄마, 같은 교회, 같은 집안 식구...

그들을 어찌할 수 없어서 성전으로 순례길을 가면서 눈물로 하소연하다.

(c) 너무 심한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기도일 뿐이다. 하소연일 뿐이다. 

하나님께 하는 기도/하소연이기에, 그렇게 될 리는 없다. 

그저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것이다.

자기 손으로는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

(2)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들로 인한 고난(5-7절)

(a) 평화를 싫어하고 전쟁을 생각하는 사람, 즉 늘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

분쟁은 결과이고 원인은 마음에 가득한 미움과 분노이다. 마음에 해결되지 않은 미움과 분노가 원인이다.

그래서 평화롭게 화합하며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약점을 잡고, 실수를 물고 늘어지면서 분쟁을 일으킨다.

(b) 이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정말로 괴로운 일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언제 어떤 꼬투리를 잡고 난리를 칠 지 모르기 때문이다.

5절 괴롭구나! 너희와 함께 사는 것이 메섹 사람의 손에서 나그네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게달 사람의 천막에서 더부살이하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메섹 사람은 흑해 근처에 사는 부족이고, 게달 사람은 아라비아 반도의 한 부족이라고 한다. 당시로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던 사람들이었다. 늘 싸우려고 드는 호전적인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게 얼마나 진을 빼는 일인지! 얼마나 내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6절 내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오랫동안,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구나.
7절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평화를 말할 때에, 그들은 전쟁을 생각한다.

(c) 잘 지내보려고 양보도 하고,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 손해를 감수하기도 하고, 기회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평화롭게 지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근본 심성이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수포로 돌아갔다.

해결되지 않은 미움과 분노 때문에, 자기가 가장 잘 나야 하고, 가장 인정받아야 하고, 가장 큰 유익을 취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끝없이 분쟁을 일으키면서 달라든다.

정리: 시인의 고난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난이었다.

거짓된 사람들로 인한 고난과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들로 인한 고난

소통 전문가 김창옥 교수의 강의 중 이런 것을 ‘독화살’이라고 한다.

거짓과 속임수, 미움과 분노의 말. 이런 독화살을 맞으면 온 몸과 마음이 마비된다. 

독화살을 누가 왜 독화살을 쏘았는지 생각하기보다, 우선 독화살을 빼고 치료할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그 치료 방법은 하나님께 부르짖는 것이다.

렘 33:3 네가 나를 부르면, 내가 너에게 응답하겠고, 네가 모르는 크고 놀라운 비밀을 너에게 알려 주겠다.

엡 3:20 우리 가운데서 일하시는 능력을 따라,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욱 넘치게 주실 수 있는 분에게

시인은 부르짖었고, 하나님은 응답하셨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

12/1/2021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