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7

하나님이 하실 일, 우리가 해야 할 일

시 126편

얼핏 보면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찬양 같아 보인다. 

그러나 유명한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아 보인다.

과거에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한 감사와 찬양

여전히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에 대한 탄원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오와 결단을 노래하고 있다.

1. 과거에 하나님이 하신 일(1-3)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올 때의 감격을 노래하는 듯하다. 

강력한 바벨론이 페르시아에게 망하고, 초대 왕 고레스가 완전히 다른 문화정책을 펼치면서 일어난 일이다. 예루살렘은 파괴된 후 황량한 곳이 되어 소수의 거주민만 남아 있었는데, 70년 만에 5만 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는 사람이 적어서 적막했던 예루살렘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쪽저쪽에서 서로 얼싸안고 춤추며 노래한다. 

‘내 손을 주께 높이 듭니다. 내 찬양 받으실 주님/내 맘을 주께 활짝 엽니다. 내 찬양 받으실 주님

슬픔 대신 희락을 재 대신 화관을/근심 대신 찬송을 찬송의 옷을 주셨네’

그래서 ‘꿈꾸는 것 같았다’면서 이렇게 묘사한다. 

그 때에 우리의 입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우리의 혀는 찬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 본국으로 돌아가서 성전을 세우고 삶의 터전을 회복하기까지는 하지 못했던, 다른 민족들도 부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주님께서 그들의 편이 되셔서 큰일을 하셨다." 나라가 망했는데도 신을 버리지 않고 그렇게 예배/기도하더니, 결국 그들의 신이 놀라운 일을 행하셨다!

당시의 감격을 상상하기 위해서 8.15 광복을 비롯한 국가적 사건, 침례식 같은 교회적 행사, 개인적인 감사의 일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과거에 하나님이 행하셨던 기적 같은 일로 인한 기쁨을 기억하며, 찬양한다.

2. 여전히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4)

(1) 하지만 본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5만 명이 조금 넘는 숫자.

황폐해진 본국을 회복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주변 민족/국가의 경계와 위협을 이겨내기에 부족한 인원이다. 유대사회를 재건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포로 귀환이라는 기적을 경험했지만,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포로 후손들은 풍요한 페르시아에 남아있기로 선택했거나, 돌아오고 싶어도 불가능한 형편이었을 것이다. 전자도 있었겠지만, 후자도 많았을 것이다. 

단지 비겁하게, 믿음이 없어서, 풍요함에 안주해서 돌아오지 않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왕이 돌아갈 수 있다고 허락했지만,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많은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신분(노예), 금전(빚), 믿음을 저버림, 낙심, 지침...

(2) 어떻게 해서 이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할 것인가?

방법은 단 하나다. 하나님이 또 한 번의 기적을 행하시는 것이다.

포로 귀환이라는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하나님께서 더 작은 일은 쉽게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바벨론에서 이곳으로 돌려보내신 이도 하나님이시니, 유대사회를 재건하고 다시 신앙의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탄원하고 있다.

(3) 이런 바람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네겝의 시내들에 다시 물이 흐르듯이’

‘단에서 브엘세바’라는 말은 가나안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을 표현하는 말이다. 

단은 최북단이고, 브엘세바는 최남단이다. 

단 위쪽으로는 헬몬산(2,815m)이 있는 산악지대이고, 브엘세바 남쪽으로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네게브 사막이다.

네게브 사막에 시내/강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가끔 비가 오면 시내가 생긴다. 와디라고 한다.

식물은 짧은 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면서 꽃을 피운다. 

이런 비가 내리고 사막에 와디가 형성되어서 시내에 물이 흐르는 일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되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기적을 행해서 포로 귀환 시켜주셨듯이, 다시 한 번 기적을 행하셔서 남은 자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남은 자들을 돌려보내 주셔서 시온이 다시 북적거리고 하나님을 예배하고 삶의 냄새가 가득한 곳으로 되게 해 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3. 우리가 해야 할 일(5-6)

(1) 그런데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하실 일만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시편의 아름다운 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과거에 행하신 놀라운 일에 감탄/찬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하나님이 행하시기를 기대하는 부분을 간절히 바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일(사실은 우리가 하기를 하나님이 기대하는 부분)을 하겠노라고 다짐하고 결심하는 부분이다.

올바른 신앙은 두 가지가 합쳐져야 한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

(2) 그 일을 ‘씨 뿌리는 일’로 묘사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일, 울며 씨를 뿌리는 일이다.

기쁨으로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을 바라고 믿으며 그 일을 하는 것이다.

5-6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

(3) 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다고 하나?

씨를 뿌리는 일은 눈물을 흘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쁜 일이고 기대가 되는 일이다. 

씨를 뿌리고 농사를 잘 해서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다, 울며 씨를 뿌린다고 하나?

2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a) 씨를 뿌리는 일 자체가 눈물 나는 일이 아니라, 농사일 전체가 눈물 나는 힘든 일이라는 말이다. 힘든 일이지만 육신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말이 아니다.

농사를 하려면 때에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 씨 뿌리는 시기, 김 메는 시기, 비료 주는 시기 등등. 그 때를 놓치면 농사를 망친다. 즉, 나의 감정/무드와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해야만 한다. 

기분이 좀 안 좋다고, 슬픈 일이 생겼다고 씨 뿌리기를 나중에 한다? 나중에 먹을 게 없다!

마음이 상하든, 눈물이 나든, 무슨 일이 생기든지 간에 할 일은 해야 한다.

그게 농사일이다. 그래야만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눈물로 씨를 뿌린다’고 볼 수 있다.

(b) 씨 뿌리는 일 자체를 눈물 나는 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씨앗이 남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수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농사에 실패하면 더 이상 먹고 살게 없다.

이런 조바심이 나지만 그렇다고 씨를 안 뿌릴 수도 없다. 그러면 미래가 없다.

이만큼 절박하고 처절한 상태라는 말이다. 

마치 흉년/기근으로 인해서 남은 가루 한 움큼과 기름으로 떡을 만들어서 마지막으로 한 끼 해 먹고 죽으려고 했던 사르밧 과부를 연상케 한다.

그런 처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울며 씨를 뿌린다.

자기의 전부를 던진다. 하나님이 주실 풍성한 수확을 믿으며 자기의 전부를 울며 던진다.

이런 의미로 ‘눈물로 씨를 뿌린다’고도 볼 수 있다.

둘 다 우리의 의무, 태도를 의미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할 일을 해야만 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자신의 전부를 던지며 해야 한다.

4. 우리가 눈물로 뿌려야 하는 씨는 무엇인가?

시온이 다시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되기 위하여,

다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쁨이 넘치는 곳이 되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그 일은 가정, 직장, 교회에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역을 하는 것이다.

지지부진해 보이기도 하고, 낙심케 하는 일이 일어나고, 여러 방해가 있다 하더라도 할 일을 해야만 한다. 자신의 전부를 던지며 해야만 한다. 눈물로 씨를 뿌려야만 한다.

그럴 때 기쁨의 단을 거두게 될 것이다.

1/19/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