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강해 #2

룻의 신앙고백

룻 1:14-18

14   그들은 다시 한 번 큰소리로 울었다. 마침내 오르바는 시어머니에게 입맞추면서 작별 인사를 드리고 떠났다. 그러나 룻은 오히려 시어머니 곁에 더 달라붙었다.
15   그러자 나오미가 다시 타일렀다. "보아라, 네 동서는 저의 겨레와 신에게로 돌아갔다. 너도 네 동서의 뒤를 따라 돌아가거라."
16   그러자 룻이 대답하였다. "나더러, 어머님 곁을 떠나라거나, 어머님을 뒤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는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내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
17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나도 죽고, 그 곳에 나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
18   나오미는 룻이 자기와 함께 가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룻기는 쫄딱 망한 집안이 다윗 왕가가 되는 스토리, 더 나가서 예수님의 가문이 되는 스토리.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 시어머니 나오미의 철저한 회개가 있었다고 살펴보았다.

오늘은 며느리 룻의 엄청난 신앙고백에 대해서 살펴보자.

1. 룻은 어떻게 해서 이런 위대한 신앙고백을 할 수 있었나?

성령님의 역사! 결정의 순간에 갑자기 놀라운 믿음이 생겨서! 

틀린 말이 아니지만, 성경의 이야기를 우리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뭔가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1) 사도 바울의 회심: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극적으로 회심!?

전혀 마음이 없었는데? 갑자기? 기적적으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은 약간의 힌트를 준다.

스데반의 순교 장면. 스데반 죽음에 책임자로 옷을 받아주었던 장본인. 죽음의 순간에도 용서하며 평안하게 죽어간 스데반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핍박하는 이들의 정체는 뭐지? 이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라는 분은 어떤 분이지? 이런 충격, 갈등 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에 순식간에 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도 다 그런 과정이 있지 않았나?

(2) 룻의 경우를 최대한 성경적 배경을 가지고 유추해 본다.

(그래야 복제 가능한 신앙고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 집안에 시집 온 룻에게 시집은 여러모로 달랐을 것이다.

(a) 집안에 우상물이 하나도 없었다. 신상, 관련 장식구

고대나 현대나 가짜 종교/이단 종교는 화려한 종교의식으로 짜릿함을 제공(쾌락/엔터테인먼트) 하거나, 막연한 공포심을 조성한다. 

그런데 시댁의 종교 의식은 달랐다. 

심플했다. (성전에 가지 못하므로) 기도만 했다.

그리고 율법을 통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미리 다 알고 있었다. 그대로만 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었다.

(b) 여성을 대하는 자세도 달랐다. 고대 사회에서 여성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이 낳고 키워주는 존재, 성적 대상, 집안 살림과 노동을 담당하는 존재정도였다. 유대인들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차이가 있었다. 

이혼할 때 재혼을 보장하는 증서를 써 주어야 했고, 계대법도 과부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c) 그래서 그런지 며느리인 자기를 자상하게 대해 주는 시어머니였다. 친정이나 자기 동네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인격적 대우였다. 그래서 자기도 시댁 식구들을 ‘한결같이 사랑하’였다(1:8). 

이런 것이 아마도 룻이 시집와서 경험한 희한하고 새로운 세계였을 것이다.

(d) 그런데 불행을 당한 나오미가 자기 신에게 회개하고 고향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너무나 놀랐을 것이다. 자기가 믿는 신을 인격적으로 믿는 것 같았다. 

죄에 대한 벌로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간 신인데, 오히려 그에게 매달리고 그 신이 있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나오미의 결정에 너무나 놀랐다.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도 그 신의 헤세드(긍휼, 자비, 인애, 은혜)를 믿는다는 결정...!

인격적인 사람들이 믿는 인격적인 신? 나오미가 믿는 신은 이런 분인가?

그렇다면 나도 받아주지 않을까?

보아스는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날개 밑으로 보호를 받으러 왔’다(2:12)고 했다.

고향 땅 모압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 그 신을 믿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 비록 그들이 잘못을 해서 신이 주는 벌을 받고 불행을 겪고 있지만, 그 신에게 회개하고, 용서받았음을 확신하고, 대책이 없지만 그 신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나오미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자기도 그런 운명에 함께 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2. 룻의 신앙고백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내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나도 죽고, 그 곳에 나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

(1) 16-17절의 신앙고백은 너무나 멋있고 유명한 고백이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신앙고백이라기보다 결혼서약 같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사실 신앙고백은 하나님에 대한 결혼서약이다. 룻이 나오미에게 달라붙듯이, 그런 심정으로 하나님께 달라붙는 것이 신앙고백 아닌가? 

어머님의 겨레가 내 겨레: 자기는 혼인으로 인한 법적 신분은 물론, 이제 신앙고백으로 종교적 신분도 유대인이 되고, 사회 관습적으로도 유대인의 방식을 다 따르겠다는 고백이다. 

그래서 계대법 같은 유대의 율법도 그대로 따를 것이고, 유대인들이 자기를 이방인이라고 멸시 구박해도 다 감수하겠다는 각오까지 담겨져 있다. 

어머님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 우리 집안에 닥친 불행이 전부 하나님의 뜻과 계획 안에 있다, 하나님의 은혜(헤세드) 안에 있다. 그 은혜 안에 나도 내 전부를 던진다.

우리는 하나님에게 이런 고백을 하는가? 이런 각오를 가지고 있나?

‘어머님’ 대신에 ‘예수님’으로 바꾸는 삶

예수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예수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나님 자녀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나의 전부를 맡깁니다.

죽음이 예수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예수님을 떠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

(2) 룻의 신앙고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하나님이 아니라 ‘어머님’이다. 

즉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이라고 하지만, 룻에게 있어서는 시어머니 나오미에 대한 고백이다. 아직 하나님을 직접 체험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식의 고백이 당연하다.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그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고, 너무나도 맞는 것 같아서,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다, 더 달라붙겠다고 하는 고백이다. 시어머니 나오미의 삶, 인품, 그가 믿는 종교를 보니 나도 시어머니의 신을 믿겠다!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당신을 보니까 나도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고 싶소! 

당신이 전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보니까!

예) 류동언

목사/사모, 목자/목녀, 집사, 믿는 부모는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겠다.

전하는 말도 중요하지만, 삶의 모습을 보고 전도가 된다면 얼마나 큰 영광이겠는가?

특히 가정에서 이렇게 될 때, 하나님이 그 집안을 축복하시지 않겠는가?

어떤가? 하나님이 복은 주시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

나오미의 철저한 회개, 룻의 엄청난 신앙고백.

이제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 건지...?

5/11/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