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10
지붕 위에 난 풀
시편 129편
전반부의 회상과 후반부의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성전을 향하는 순례길을 가면서 지난날의 시련을 회상한다. 그리고 고난을 준 악인들에 관한 기도를 한다.
1. 시련에 관한 회상(1-4)
수많은 고난과 박해로 인해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던 회상. 그러나 끝내 견디어 낸 회상이다.
(1) ‘어릴 때부터’ 민족이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이집트의 노예생활, 가나안 정착 이후의 끝없는 외적, 제국들의 침략, 국가 멸망과 포로/노예생활
국가적으로 이런 일을 당할 때, 개인들의 삶은 더 피폐해 진다.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뽑히고, 가족은 죽거나 생이별 당하고, 전쟁포로와 노예....
민족적 고난/박해와 개인적 고난/박해가 분리될 수 없다.
‘원수들의 잔인한 박해’를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한다.
‘밭을 가는 사람이 밭을 갈아엎듯 그들이 나의 등을 갈아서, 거기에다가 고랑을 길게 냈으나’
채찍질을 당한 등짝이 마치 밭고랑처럼 되어버린 모습을 말한다.
꽁꽁 묶인 채 등짝에 채찍질을 당할 때 겪는 육신적 고통 뿐 아니라 절망과 무력감이라는 정신적 고통...
(2) ‘그들은 나를 이겨 내지를 못했다.’
포인트는 그런 고통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굴하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강한 세력들이 수차례 약한 이스라엘을 덮쳤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을 이겨 내지 못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그들이 강한 자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강한 자임이 드러났다.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
자신의 강인함으로 이겨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절망에 빠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견디어 냈을 뿐이다.
또 견디고 버텨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시면서도 땅의 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특히 자녀들의 신음소리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약자들의 하소연을 들으시고 그들을 세워주시기 위해서 역사에 개입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의로우신 하나님이 악인의 사슬을 끊으시고, 우리를 풀어주셨다!’
마치 하나님은 그의 백성/자녀들이 당하는 고난/박해에 어떤 한계를 설정해 두시는 것 같다.
감당할 만큼만...
악인들이 나를 묶고서 나의 등짝을 사정없이 채찍질로 쳐서, 등짝이 마치 밭고랑처럼 되어가고 나를 마구 부려먹을 때도, 밭을 갈 때 소에 연결된 사슬/끈을 끊어주시듯이 나를 풀어 주셨다.
여기까지! 손발을 묶는 데까지! 등짝을 밭고랑처럼 가는데까지!
하나님이 고난/박해에 한계를 정하시고, 거기에서 멈추게 하셨다.
사슬/끈을 끊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라!
어느 정도까지 시련을 당하고 엄청난 시련을 당하지만 더 이상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 감당할 만큼만 허락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이 시련의 사슬/끈을 끊어주신다.
그래서 원수들이 나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런 회상을 하며 하나님께 감사 찬양을 드리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간증이자 고백 아닌가! 우리 모두가 시련을 당할 때 붙들어야 할 내용 아닌가!
2. 악인에 대한 기도(5-8)
새번역은 아쉽게도 기도문 형식이 아니라 서술문 형식으로 번역했다. ‘물러가고 만다.’
그러나 영어로는 May... (하나님이) ~해 주시옵소서!
시온을 미워하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나, 수치를 당하고 물러가게 하옵소서.
그들은 지붕 위의 풀같이 되어, 자라기도 전에 말라 버리게 하옵소서.
베는 사람의 품에도 차지 않고, 묶는 사람의 품에도 차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주님께서 너희에게 복을 베푸시기를 빈다" 하지 아니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축복한다" 하지도 아니하게 하옵소서.
(1) 악인이 수치를 당하게 하소서(5-7)
‘지붕 위의 풀’
지붕 위의 풀은 높은 지붕 위에서 자라기 때문에 마치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모든 것에는 제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풀은 땅에서 자라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자랄 수 있다. 제 자리가 아니기에 쓸모가 없다. 풀은 식용도 있고, 가축을 위한 목초도 있다. 하다못해 농사를 위한 퇴비나 관상용도 있다. 그러나 지붕 위의 풀은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안전상의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제거 대상일 뿐이다.
지붕 위의 풀은 베는 사람의 품에도 차지 않고, 묶는 사람의 품에도 차지 않는다고 한다.
한 줌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품에 차지 않는다’
다니엘서 5장의 벨사살에게 나타난 손가락과 비슷하다.
호화로운 잔치를 할 때 ‘메네 메네 데겔’과 ‘바르신’
‘메네’는 하나님이 이미 그의 나라의 시대를 계산하셔서 그것이 끝나게 하셨다는 뜻이고, ‘데겔’은 저울에 달린 임금의 무게가 부족함이 드러났다는 뜻이고, ‘바르신’은 왕국이 둘로 나뉠 것이라는 뜻.
지붕 위의 풀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의 품에 차지 않는 사람이고, 하나님이 판단하실 때 부족함이 드러난 사람이다.
이것이 기도내용이다.
악인이 수치를 당하게 해 주시고, 악인이 아무 쓸모없는 사람, ‘지붕 위의 풀’이 되게 해 주소서!
이렇게 ‘저주’기도를 해도 되나?
물론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인 악감정 풀이나 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적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도는
악인이라는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항하는 악에 대한 싸움이다.
또 수치를 당해야 회개할 기회가 생긴다.
원수까지 사랑하는 예수님의 사랑의 단계에 이르는 과정이다.
(2) 악인에 대한 분별력을 주소서(8)
"주님께서 너희에게 복을 베푸시기를 빈다" "주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축복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에서 수확기에 서로를 축복하는 전통적인 인사말/덕담이다.
예) 룻 2:4 그 때에 마침 보아스가 베들레헴 성읍에서 왔다. 그는 "주님께서 자네들과 함께 하시기를 비네" 하면서, 곡식을 거두고 있는 일꾼들을 격려하였다. 그들도 보아스에게 "주님께서 주인 어른께 복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하고 인사하였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런 하나님의 축복을 빌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않아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만한/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 7:6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아라. (왜냐하면) 그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되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축복이 임할 타이밍이 있고 아닌 타이밍도 있다. 언제? 회개할 때!
더 정확히는 내가 이런 축복을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잘 모르는 사람들)이 악인에게 이런 축복을 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라는 말이다.
얼마나 악인인지도 모르면서(잔인한 박해, 등짝을 밭고랑처럼....),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믿는 사람이 왜 그러냐? 이런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 5:20 악한 것을 선하다고 하고 선한 것을 악하다고 하는 자들, 어둠을 빛이라고 하고 빛을 어둠이라고 하며, 쓴 것을 달다고 하고 단 것을 쓰다고 하는 자들에게, 재앙이 닥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분별력(사람/타이밍)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분별력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정리
성전으로 예배하러 가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회상한다.
극심한 시련 중에도 우리가 버텨나갈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악인의 사슬을 끊어주셨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또한 기도한다.
우리에게 더 정확히는 시온/하나님의 백성/하나님을 대항하고 못된 짓을 한 악인
그들은 지금은 기고만장 하더라도, 결국 지붕 위의 풀처럼, 아무 쓸 모 없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악인들을 악인으로 볼 수 있는 분별력을 주옵소서.
하나님의 축복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조심하는 사람)과 그것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거룩한 것과 진주를 무시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주옵소서.
하나님의 축복이 임할 수 있는 타이밍과 아직 아닌 타이밍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주옵소서.
아무 생각 없이 축복을 남발하고, 하나님의 사랑/평화를 남발하지 말고, 분별력을 주옵소서.
악인은 수치를 당하고 고생을 해야만 하나님께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정으로 기도한다.
2/16/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