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11

깊은 곳에서 간절히 기다림

시편 130편

시편에는 모두 7개(6, 32, 38, 51, 102, 130, 143편)의 ‘참회시’가 있는데, 그 중에 시편 130편은 6번째입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오늘 본문이 시편을 구원의 교리를 잘 담고 있다고 하여, 32, 51, 143편과 더불어 ‘바울의 시편’이라고 불렀습니다.

존 웨슬레의 회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웨슬레가 회심하던 날에 교회 성가대가 시편 130편으로 만든 곡인 “내가 깊은 곳에서(찬 363장 아님)”를 찬양하는 것을 듣고, 그리고 그 후에 어떤 사람이 루터가 쓴 로마서 서문을 읽는 것을 듣고서 회심을 하였다. 

“깊은 구렁 속에서···”로 시작되는 첫 마디의 라틴어 De profundis 데 프로푼디스(라틴어)는 성가곡의 제목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 제목 등으로 두루 사용됨

구성상 기도(1-4)와 고백(5-8)로 나뉘어진다.

1. 기도(1-4)

(1) 깊은 물 속에서/깊은 곳에서

깊은 곳은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는 곳으로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부르짖는 곳이다. 

깊은 물속인지(요나의 고래 뱃속?), 깊은 구렁 혹은 동굴, 깊은 산 계곡인지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어떤 장소라기보다, 엄청나게 큰 시련과 고난인데 스스로 빠져 나올 수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아주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말한다.

이런 깊은 곳에 빠져본 적이 있는지?

인생을 살면서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살다 보면 한 번 이상은 겪게 된다. 

‘깊은 곳’은 우리에게 여러 경로로 찾아온다.

고치기 힘든 큰 병,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 어떤 사건/문제에 휘말림, 믿고 의지하던 사람의 배신, 자식/부모/배우자 문제 등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깊은 곳에 빠졌을 때는 그저 하나님께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 

‘주님을 불렀습니다.’ ‘나의 애원하는 소리에’

이렇게, 저렇게 해 주십사고 구체적으로 요청하기도 어렵다. 그저 무릎 꿇고 하나님 앞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달갑지는 않지만, 

깊은 곳을 잘 통과하면, 깊은 인격/신앙의 소유자가 되게 된다. 

깊은 곳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깊은 인격/신앙의 소유자가 된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 그래서 평안을 유지하고 지혜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 여러 종류의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2) 주님만이 하시는 용서

그런데 시인의 경우 경로는 어땠는지 간에 죄로 인한 고난이었던 것 같다. 

3절 주님, 주님께서 죄를 지켜보고 계시면, 주님 앞에 누가 감히 맞설 수 있겠습니까?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찾아오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잘못한 게 없다고 해도 얼마나 겁나고 긴장되겠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그런데 하나님이 나를 탈탈 터신다면 얼마나 더 겁나겠나?

하나님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이 아니라, 마음의 동기와 악한 말/생각조차도 살펴보시는 분이시니,  누가 감히 하나님 앞에서 죄 없다고 맞설 수(핑계/변명) 있겠는가?

깊은 곳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으면서, 죄 때문에 이런 고난을 받는구나, 그런데 주님께서 죄를 낱낱이 지켜보고 계신다니 이제는 절망이다...? 

주님께서 죄를 지켜보고 계시니 감히 맞설 수 없지만, 주님은 용서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것을 기억하며, 이것을 붙들고 늘어진다.

4절 용서는 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가 주님만을 경외합니다.

깊은 곳에서의 고통은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더 열심히 노력? 힘 있는 다른 사람의 도움? 다른 신의 용서? 

본몬의 히브리어 ‘용서’에는 정관사가 붙어있다. ‘(바로) 그 용서’라는 말이다.

아무나의 용서, 다른 신의 용서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용서, 바로 그 용서를 말한다.

그 용서를 구하는 방법도 기억하며 기도한다.

시 51:17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물은 찢겨진 심령입니다. 오, 하나님, 주님은 찢겨지고 짓밟힌 마음을 멸시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것은 찢겨진 심령, 찢겨지고 짓밟힌 마음(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이다. 

이 깊은 곳에서 그런 마음으로 회개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철저히 용서를 구한다.

하나님은 용서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고 믿기에...

용서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야 한다. 용서받고 관계가 회복되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되, 존경해서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경외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깊은 곳에 빠졌을 때의 해결방법을 말해준다.

죄로 인한 엄청난 고난. 문제가 죄라는 것을 알았기에 해결책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용서! 

용서를 위해서 철저히 회개할 때 용서가 임하고, 깊은 곳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2. 고백(5-8)

이제 하나님을 기다린다. 더 정확히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린다.

어떤 하나님을? 용서하시는 하나님! 어떤 하나님의 말씀?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말씀!

(1) 기다림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현대인은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다림은 수동적인 자세?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히브리어는 qavah. 문자적 의미는 ‘줄로 묶다’ ‘밧줄을 만들 듯이 줄을 서로 꼬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좋은 결과가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줄을 묶고 밧줄을 꼬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면서 기다림을 말한다.

사 40:31 오직 주님을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소망으로 삼음 = 기다림 = 밧줄을 꼼

하나님을 소망으로 삼으며 하나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지 않다. 할 수 있는 만큼 날개를 치고 솟아오르고, 할 수 있는 만큼 뛰고, 걷고 한다.

그런 능동적/적극적인 행동,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도 알고 인정한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이 하셔야 한다.

신앙적인 기다림은 내가 해야 할 일, 해야만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일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2) 파숫군

그래서 그의 기다림을 파숫군의 기다림에 비유했다.

파숫군은 아침이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린다. 

맥아더 장군의 말? ‘전투에서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서 실패하는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경계병이 가장 힘든 보직이다. 공군 편하다? 비행장 경계병은 아주 힘든 보직이다.

자기 근무시간이 끝나기를, 아침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파숫군의 간절함. 

파숫군보다 더 간절히 하나님/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졸음에 눈을 감지 않고, 끊임없이 전방을 주시하며,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기다린다.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믿기에, 새 힘을 주실 하나님을 믿기에, 아침을 오게 하실 하나님을 믿기에...

그런 기다림은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2/23/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