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강해 #1

불행에서 축복으로

룻 1장(1:1-7)

룻기는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눈물겹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며, 놀라운 반전으로 인해서 감동이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전형적인 해피 엔딩 스토리.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룻기를 살펴 볼 생각이다.

룻기는 사사시대에 일어난 이야기다. 사사시대는 가나안 전쟁을 이끈 여호수아가 죽고 난 이후 사울이 이스라엘 초대 왕이 되어 다스리기까지 약 342년의 시기. 룻기는 이 시기에 일어난 국제적 전쟁, 민족적 격변(베냐민 지파의 멸망), 영웅들의 시대(사사들의 활동: 삼손, 데보라, 기브온 등)였다. 그러나 룻기는 이런 시대를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가족, 오히려 쫄딱 망하고 과부들만 남은 집안(나오미/룻)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집안을 통해서 다윗이 태어나고, 결국 예수님이 태어나신다. 놀라운 반전이다.

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패권전쟁, 윤석렬 새 정부. 이런 와중에 나 한사람/우리 가정?

불행의 이유

(1) 이 집안의 불행은 기근을 피해서 다른 나라로 이주를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기근을 피하기 위한 이주 자체야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이주 간 곳 바로 모압이었기에 문제였다.

모세 율법에 의하면 모압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 회원이 되지 못한다(신 23:3). 광야 사십년의 방황을 끝내고 가나안 진군을 앞둔 이스라엘을 모압 왕 발락이 주술사 발람을 시켜서 세 번이나 저주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고(민 22-24장), 그 후에 모압 여자들이 이스라엘 남자를 유혹하여 음행하는 바람에 여호와께 염병으로 이만 사천 명이나 죽는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민 25:1-9).

(2) 게다가 일시적으로 기근을 피해서 간 것이 아니라 신앙을 저버리고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잠시 피한 게 아니라, 엘리멜렉이 죽은 후에 두 아들을 모압 여자들에게 장가보내고, 모압에서 10년이나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님의 징벌(?)로 남편과 두 아들이 다 죽었다. 남자들은 다 죽고 여자들만 과부로 남은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인권과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고대 사회에서 과부는 가장 불쌍한 처지. 게다가 나오미는 단순한 과부가 아니라 아무 재산이 없는 과부, 자신을 부양해 줄 자식도 없는 과부, 이방 땅에서의 과부였다. 정말로 불행과 절망의 극치!

그런데 이런 나오미 집안이 어떻게 다윗 왕의 집안이 되고, 예수님의 집안이 되었는가?

그 출발은 나오미의 회개로부터 시작되었다.

1. 죄를 인정하고 죄의 결과를 받아들임

나오미는 두 아들마저 죽고 나자 고향 형편을 알아봤더니 곡식이 남아돌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1) 그렇다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수치와 망신을 감수해야 했다.

마치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어 보겠다고 고향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쫄딱 망해서 돌아온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며느리 하나를 데리고. 이런 경우 요즘은 고향에 가지 않는다. 

수치, 입방아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 까 ‘그들이 베들레헴에 이르니, 온 마을이 떠들썩하였다. 아낙네들이 "이게 정말 나오미인가?" 하고 말하였다(1:19).’

하지만 나오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죄와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그 결과(불행, 수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땅으로 돌아와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회개는 자신의 잘못과 그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진짜 회개의 모습!

(2) 나오미는 이런 불행이 자신의 죄로 인한 것이고 그래서 하나님이 치신 것이라고 고백한다.

며느리들에게 - 1:13 주님께서 손으로 나를 치신 것이 분명하다.

고향 사람들에게 - 1:20 "나를 나오미(기쁨)라고 부르지들 마십시오.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몹시도 괴롭게 하셨으니, 이제는 나를 마라(괴로움)라고 부르십시오.

원망조가 아니라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다.

(3) 쫄딱 망한 이민생활을 접고 고국/고향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신앙적으로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마음이었다.

1:7 그들은 유다 땅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나섰다.

‘돌아가다’(슈브)는 영적으로 돌아가는 의미가 있는 단어

예) 여호와께로 돌아가자(호 6:1)

대책은 없지만, 하나님께로 돌아가서 하나님의 은혜만을 구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2. 다른 사람을 배려함

며느리들을 되돌려 보내려고 함에서 볼 수 있다. 이게 진짜로 회개했다는 또 다른 증거.

유명한 대목: 오르바와 룻의 운명이 갈라짐

(1) 처음에는 당연히 며느리들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

며느리들은 왜 따라갈까? 이방인이고, 남편도 죽고 없는 며느리들인데... 결혼의 관습/굴레?

나오미의 처음 생각? 

(a) 며느리들도 시어머니를 좋아해서 따르고, 자신도 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1:8 너희가, 죽은 너희의 남편들과 나를 한결같이 사랑하여 주었으니

(b) 모압 며느리지만(이스라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는) 유대인 집안에 시집왔으니까, 하나님이 받아주시고 사람들도 법적으로는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며느리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2) 그러나 한참 길을 가다가 문득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가다가’(1:8)

점점 고향에 가까이 올수록 현타(현실자각 타임)? 며느리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a) 남편을 죽게 한 몹쓸 모압 여인이라는 비난? 

자신도 남의 나라 모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들이 겪을 수모와 어려움은 더 클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

(b) 그래도 말은 안 들으니까 계대법을 거론하면서 현실 불가능함을 말한다.

계대법: 며느리들이 새로 결혼할 가능성 없음을 설득. 두 아들이 다 죽고 다른 아들이 없음, 나오미 자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그들과 결혼할 가능성 없음, 모압 며느리들이 다른 유대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도 없어 보임. 그래서... 너희들은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서 모압 남자를 만나서 새 출발 해라... 결혼의 굴레(?)를 풀어주는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3) 그러면서 그들의 새로운 길에 하나님의 축복을 빌어 주었다.

1:8-9 너희가, 죽은 너희의 남편들과 나를 한결같이 사랑하여 주었으니, 주님께서도 너희에게 그렇게 해주시기를 빈다. 너희가 각각 새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주님께서 돌보아 주시기를 바란다.

늙은 과부 나오미로서는 젊은 며느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는 입장이므로, 자기도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줌

회개는 (1) 자신의 불행을 죄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징벌을 받아 마땅한 것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전적으로 여호와께로 돌아가려는 마음의 변화이다.

(2) 그런 마음의 변화가 있을 때 자기 입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그들에 가장 좋은 방안을 권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이런 회개가 있었기에, 하나님은 나오미의 집안을 불행의 집안에서 축복의 집안으로 바꾸어주기 시작하셨다.

5/4/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