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7

자기 부인과 수용

마 16:24-25

1. 자기 부인

(1)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지금 사탄이 유혹한다는 말이 아니라(사탄은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이려고 하기에), 희생/죽음을 싫어하는 생각은 사탄적 생각이라는 말. 

반면에 ‘예수님적’ 생각은 희생/섬김/용서/죽음이다. 제자들에게 이런 길을 따르라고 초청하신다.

24절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

예수님을 따르려면 ‘자기 부인’이 요구된다. 자기 부인이란?

(2) 우선 본문의 맥락을 살펴본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

신앙고백(베드로) - 수난 예고(예수님) - 절대로 안 됩니다!(베드로) -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예수님) 이런 흐름 후에 하신 말씀이다.

(3) 베드로는 왜 이토록 격렬하게 반대했을까?

(a) 하나님의 뜻/방법을 이해하지 못함. 그래서 예수님을 인간적으로 위하는 마음: 

제자로서 스승 예수님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그런 고난을 당하지 마세요! 그런 방법(고난, 희생) 말고도 메시아의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방법(능력, 인기)이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b) 자기중심/이기주의적 생각: 예수님이 죽어버리면 나는 뭐가 됩니까? 내 인생은 쪽박 차는 거 아닙니까? 

(4) 예수님을 따르려면 이런 생각/입장에 대해서 자기 부인이 되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뜻과 일하시는 방법에 대한 제한적인 이해(그 방법 말고 이 방법요!)와 개인적인 욕망(나는 뭐가 됩니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면서 하나님의 거대한 계획에 순응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기 부인은 자기 자신의 관점(perspective), 선호(preference), 기대(expectation)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방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수용 acceptance). 

자기 부인은 자연스럽게 수용과 연결된다.

2. 수용

(1) 내가 관계하는 모든 사람과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그래서 수용한다는 말은 곧 하나님의 뜻/하나님의 지혜/주권을 수용한다는 말이다.

자기 부인 = 수용, 하나님의 뜻을 수용/받아들임

(2) 수용은 저항하지 않는다.

수용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다. 그게 하나님의 뜻/계획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다.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간에) 

그래서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그저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pass it through) 내버려두는 것이 수용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저항이다. 싫어하는 것을 밀쳐내려고 하고, 반대로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은 모두 저항이다. 이러한 저항을 내려놓는 것이 수용이다. 

그래서 수용의 다른 이름은 항복(surrender)이다. 여기서 항복한다는 것은 싸움에 져서 굴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진정한 수용을 그래서 '완전한 항복(total surrender)'이라고도 표현한다.

(3) 수용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선호한다. 

자기 부인/수용/항복을 하면 아무 것도 원하거나 바라지 않아야 하나?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되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것을 원하는 마음 때문에 불행해진다면 그것이 곧 집착이다. 

(얻지 못해서 불행, 얻으면 잃을까봐 불행)

어떤 것을 원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을 선호(preference)라고 한다.

B 대학교보다 A 대학교 입학을 원하지만, A 대학교 입학에 집착하지 않고 선호할 수 있다. (돈, 자녀 교육, 직장 성공 등 여러 경우에 대입할 수 있다)

선호와 집착의 차이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의 반응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 때문에 불행(분노, 원망, 자책, 무리수)해지느냐의 여부가 핵심이다.

반면에 선호하는 것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것이 주어지면 감사! 주어지지 않아도 감사! 

저항하지 않기에! 집착하지 않기에! 선호한 것 뿐이기에! 수용하기에!

3. 기쁨을 내다보신 예수님

(1) 베드로

제 3자가 베드로의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믿는다면서 왜 예수님께 대들지? 

지금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수용하지 못하고 저항하고 있다. 자기의 생각/의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선호하지만 되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며 하나님의 뜻을 수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2) 예수님

예수님은 ‘자기 부인’ 이슈로 힘들게 고뇌하는 삶을 사셨을까? 그런 ‘불행’의 길을 같이 따라오라고 하시는 걸까?

아니면 고난과 십자가의 길이지만 하나님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고(수용),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욕구에 집착하지 않고 걸어가신 ‘행복’한 길일까? 그래서 따라오라고 하신 것일까?

히 12:2 믿음의 창시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를 바라봅시다. 그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기쁨을 내다보고서, 부끄러움을 마음에 두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참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은 ‘도가 트인’ 분이다. 도사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과 방법에 저항하는 대신에 수용하고, 자기 자신의 뜻과 이해에 집착하지 않고, 기꺼이 기쁨으로 그 길을 가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함께 따라 오라고 하셨다.

그것이 복된 길이고 영혼에 진정한 만족을 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노력해 본다.

나의 자유의지로 내가 선호하는 어떤 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주권(뜻/계획/명령/요구)을 수용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에 저항하지 않는다. 얼마나 쉽게 수용하느냐 혹은 얼마나 힘겹게 수용하느냐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내가 바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게 일어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저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예수님과 함께 이런 행복의 길을 걸어가자.

2023/05/10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