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성전

21:12-17

1. 성전 기능정지 선언

(1) 예루살렘에 새끼 나귀를 타시고 입성하면서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이 예루살렘 도시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가신 곳이 성전이다. 성전 안에서(정확히는 이방인의 뜰) 상인들을 내쫓고 좌판을 둘러엎으시며 호통을 치셨다. 인자하신 평소의 성격과는 다른 과격한 행동과 발언이었다. 왜 애꿎은 상인들에게 이런 과격한 행동을 취하셨나? 예수님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것은 성전 소동(난리)? 성전 청결(정화운동)? 성전 기능중지 선언?

요 2:19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 이 말씀으로 비추어 볼 때, 성전의 기능중지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2) 구약시대에는 예루살렘이라는 한 장소를 정하고 그곳에 성전을 짓고 그곳에서만 예배드리도록 하셨다. 성전이 신앙의 중심지

멸망과 성전 파괴 이후 포로 70년 동안, 회당이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포로 귀환 후 성전이 재건(에스라/느헤미야)되고, 이후 예루살렘 성전(제사)과 각 지역의 회당(예배와 교육)이라는 이중 시스템이 되었지만, 여전히 무게는 성전에 있었다.

그러나 주후 70년 예수님의 예언대로 성전은 로마에 의해서 또다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후 신약성경은 성전의 회복/재건을 꿈꾸는 게 아니라, 

성전은 (a) 교회(건물이 아니라 믿는 자의 모임) (b) 성도 개인이라고 알려준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이 왜 성전을 파괴하실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준다. 

2. 강도의 소굴

예수님은 성전이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고 말하셨다. ‘강도의 소굴’은 3가지 의미가 있다.

(1) 종교적 강도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은 대제사장의 허가(금전거래)를 받고, 제물로 쓰일 수 있는 ‘검사필’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독점 상인들이었다. 가난한 상인이 아니라, 성전에 예배하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악덕 상인들이었다. 

예) 가난한 사람들이 바치는 제물인 가장 값싼 비둘기 한 쌍의 가격이 평소 1 데나리온(하루 임금)인데 유월절 때는 25배! 

장사하는 자들 뒤에는 이들에게 막대한 상납금을 받는 대제사장 가문이 있었다. 이권 카르텔! 이들이 진짜 강도들이었다. 그들은 한마디로 성전 안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도질을 하는 종교적 강도들이었다. 대제사장들과 그 일족은 부유한 종교 귀족이었다. 사두개파

(2) 사회적 강도

성전 밖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도질을 하는 사회적 강도들도 있었다. 바로 율법학자(서기관)들과 장로(백성의 우두머리)들이었다. 바리새파

(a) 율법학자(서기관)들은 율법 연구에 헌신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법(율법)을 이용해서 힘없고 가난한 과부들의 가산(집)을 ‘삼키는’(막 12:40) 사회적 강도질을 자행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다음에 나오는 ‘두 렙돈 헌금’의 과부가 가난해 진 것도 이들 탓?) 남에게 보이려고 길게 기도하는 것도 그 사회적 강도질을 지속할 수 있는 종교사회적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 23장에서 바리새파 사람과 율법학자(서기관)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책망 하셨다. 

(b) 장로들은 대토지 소유 가문의 부자들이었다. (예: 아리마대 요셉) 그들은 온갖 불법(예: 희년 거부)을 자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땅을 강탈함으로써 부유한 대지주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성전에 와서 제사를 드리면서 종교적이고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나가서 악행을 되풀이한다. 성전은 율법학자(서기관)과 장로와 같은 사회적 강도들이 들어와서 헌금과 제사를 드리게 허용하고, 오히려 그들의 헌금을 바라고, 대제사장들은 그들에게 축복함으로써 그들의 악행을 덮어주고 나가서 그 악행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권 카르텔!

대제사장, 율법학자, 장로는 산헤드린의 71명 의원을 구성하는 3대 세력이었다. 이들은 예수님의 비판에 회개는커녕 자신들을 강도라고 비판한 예수님을 죽이려고 마음을 모았다. 결국 며칠 후에 예수님을 빌라도의 손에 넘겨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데 성공했다. 

(3) 폭력적 강도

(a) 이들과 성격이 다른 또 다른 강도들이 있었다. 무력을 사용해서 정치적 독립을 얻으려는 무리들이다. 열심당원

(b) 예수님의 시대는 두 개의 엄청난 사건을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

주전 168년 마카비 전쟁과 주후 66-70년 유대 전쟁(결말은 예루살렘 파괴) 예수님 시대는 그 중간

예수님 시대에는 마카비 전쟁의 승리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국 나중에 유대 전쟁을 주도했던 열심당원의 세력이 만만치 않았다.

예수님 제자들에도 여럿이 있었다. ‘가나안인’(열심당원) 시몬과 가룟 유다. ‘가룟’은 동네 이름? ‘시카리파 사람’(단검을 품은 자, 열심당의 암살조)? 어쩌면 이들은 예수님에게서 혁명의 가능성을 보고 접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교화(?)되었나 보다.

복음서에 나오는 ‘강도’는 이들을 일컫는 전문용어였다. 

예)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 일반 도둑/강도를 십자가에 처형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의 주도 하에 유대 전쟁이 일어나고, 예루살렘 공방전 과정에서 무려 110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들이 살해당했다. 그 중에는 로마군에게 죽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예루살렘 함락 전에 로마군의 항복 권고를 받아들여 투항하려다가 열심당원들에게 죽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c)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 ‘열 두 군단/영(12 legions) 더 되는 천사’를 부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마 26:53). (1 군단/legions = 기병 700명+보병 5,300명 = 6,000명. 12군단은 72,000명)

예수님은 이들과 거리를 두셨다. 하나님이 원하시지/허락하지 않으시는 무력행사를 계속해서 반대하고 경계하셨다. 예루살렘을 멸망을 예언하면서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사람들은 (전쟁에 동참하지 말고, 민족의 반역자 소리를 들어도) 산으로 도망하여라.’(마 24:16)고 하셨다.

정리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이 3가지 종류의 ‘강도’들의 소굴이 되었다고 한탄하신다. 종교를 빙자해서 부정 축재하는 종교적 강도(사두개파), 사회에서 약자를 유린하면서 종교의 비호를 받는 사회적 강도(바리새파와 장로), 무력에 의존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폭력적 강도(열심당원). 하나님을 예배하고 기도하는 성전이 이런 강도들의 소굴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런 성전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보셨다.

3. 적용

(1) 혹시 나도 강도가 아닌지?

(a) 신앙이 목적이 아니라, 신앙을 통해서 (물질적인) 유익을 추구하는 종교적 강도?

신앙으로 불의하게 돈을 버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지만, 신앙으로 나의 유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닌지? 하나님의 뜻보다 나의 유익?

(b) 세상에서의 불법을 신앙심과 교회 헌신으로 포장하는 사회적 강도? 

밖에서 나쁜 짓을 하고 와서 예배드리면 그나마 마음이 깨끗해진다? 회개 없는 위로? 반복되는 불법? 죄책감을 커버하려고 교회 일에 헌신한다?

(c)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하는 폭력적 강도?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야 하는데, 무력(인간의 방식)으로라도 해 내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교회는 이런 강도의 소굴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2)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교회(믿는 자의 모임)가 성전이고, 교인이 성전이다. 

교회는 기도하는 집이다.

단순히 ‘기도’를 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곳, 하나님께 기도하는 곳,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지?

2023/07/1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