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3

옥합을 깨뜨린 여인: 누가, 왜?

마 26:1-13

예수님께 향유를 부어드린 사건은 4 복음서에 다 나온다. 그 중 마태/마가복음은 거의 똑같고, 요한복음은 약간만 다르되 여인의 이름을 마리아라고 알려주고, 누가복음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평소에는 이 행동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오늘은 좀 다른 식으로 접근해 본다. 향유를 부어드린 사건이 몇 번 일어난 것이며, 누가 한 행동인가다. 그 후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살펴보자. (*워낙 다양한 견해가 있는 부분이라서, 참고로 들어주시길 바란다.)

1. 몇 번 일어났나?

(1) 얼핏 보면 마태/마가, 요한, 누가 이렇게 3번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유의 값어치와 예수님의 칭찬(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한 일도 전하라)을 고려해 볼 때 과연 그렇게 여러 차례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 향유의 값어치: ‘매우 값진 향유 한 옥합’(26:7)

(a) 옥합의 재료: 앨러배스터(설화석고, 대리석과 비슷). 옥합 자체가 값비싼 이집트 특산물.

'깨뜨려'는 표현은 옥합을 부숴뜨렸다는 말이 아니라, 마개를 힘주어 여는 동작

(b) 나드향: 히말라야 3,000미터 고산대에 사는 나드초의 뿌리에서 채취한 아주 값진 향. 

(c) 한 근(리트라): 약 326그램 정도. 

(d) 가치: 나드 한 근은 300 데나리온 즉 노동자의 1년 연봉 정도의 가치이다. 

(e) 향유를 부음: 손님을 환대하는 의미로 머리에 올리브기름을 발라준다(시편 23편). 물로 손님의 발을 씻어주는 환대 관습. 여기서는 올리브유와 물 대신에 비싼 향유를 사용함

이렇게 비싼 향유를 붓는 엄청난 일이 예수님의 짧은 3년 공생애에 3번이나? 그것도 마태/마가와 요한복음의 일은 며칠 상관인데?

(2) 그러면 2번? 갈릴리 사역 시기(누가)와 유월절 즈음(마태/마가, 요한)?

(3) 1번?

2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누가의 기록은 마태/마가/요한의 일을 예수님이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서 오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죄인인 여인이 향유를 부은 사건을 그곳에 인용해서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누가복음의 장면은 어색하다. 죄인 여인이 맥락없이 불쑥 등장해서 유대문화권에서는 어긋나는 이상한 신체적 접촉(머리털, 발)을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래서 저자의 의도에 따른 재량권을 발휘한 것이라고 본다. 복음서는 일어난 사실을 시간 순대로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어난 사실을 통해서 예수님은 어떤 분이시고 무엇을 하셨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라서 그런 재량권을 가지고 기록했다고 본다. 

요한복음의 사건을 마태/마가와 누가가 각각의 의도에 따라서 각색을 해서 기록했다고 본다.

2. 누가 했나?

만일 한 번만 일어난 일이라면 누구인지는 쉽게 규명된다. 마리아(요한복음).

그런데 성경에는 마리아가 여러 명 등장하는데 어떤 마리아인가?

(1) 베다니 마리아(나사로의 여동생)

(a) 장소가 베다니이니까 나사로/마르다의 자매인 베다니 마리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수님 발 앞에서 말씀 듣는 것을 사모하고, 나사로 죽음 때 예수님을 오시라고 요청했던 마리아.

그렇게 가까운 사이라서 좀 이상할 수 있는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b) 그런데 중대한 질문이 생긴다.

이처럼 예수님과 특별한 사이의 집안, 그 중에서도 각별한 사이였던 베다니 마리아는 어째서 그 gn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을까? 예수님의 장례를 위한 일이라고 그토록 칭찬 받았는데 막상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십자가, 무덤에도, 부활에도...

커다란 실망인가? 엄청난 배신인가?

그래서 조심스러운 연결을 시켜본다. 만일 누가복음의 여인이 마리아라면 이 여인은 베다니 마리아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일 가능성이 크다.

(2) 막달라 마리아

(a) 막달라 지방의 마리아. 예수님이 일곱 귀신을 쫓아내 주신 여인. 자기 재산으로 예수님 일행을 섬긴 여인들의 명단이 눅 8장에 나오는데(눅 8:3 헤롯의 청지기인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 바로 앞 7장에 향유 부은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그 여인을 ‘죄인’이라고 한 것은 귀신들린 상태를 두고 말하는 것이고, 그 여인은 바로 막달라 마리아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b) 그런 막달라 마리아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은 십자가 장면이다.

남성 제자들 모두 예수님을 부인하고 도망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모친 마리아와 함께 십자가 아래에 있었고, 향료를 가지고 무덤에 갔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만난 부활의 첫 증인이다. 그리고 실의에 빠진 남성 제자들에게 부활의 소식을 알린 최초의 선포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갑자기(!) 이런 엄청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발라드리는 작업은 친밀한(?) 신체적 접촉을 하는 작업이다. 그것도 나체의 시신! 왜 막달라 마리아는 당연히(!) 자기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당연한 것을 여겼을까? 향유를 부어드렸을 때 이미 비슷한 일을 한 사람이라서? 그 때도 비슷한 정도의 신체적 접촉을 하였기 때문에? 그 정도로 예수님과 친밀한(not 성적) 관계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c) 예수님과의 관계를 보면 베다니 마리아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베다니 마리아가 바로 막달라 마리아라고 보기도 한다.

찬송가 211장: ‘값비싼 향유를 주께 드린 막달라 마리아 본받아서’

(3) 베다니 마리아 = 막달라 마리아

(a) 사실 이런 견해는 오래 전부터 천주교의 입장이었다.

단, 막달라 마리아가 바로 눅 7장의 죄 있는 여인이고 그 죄는 창녀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591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 그 후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억측과 오해가 난무했다.

-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였는데 예수님께 용서받고 새 사람이 된 사람이다.

- 요 8장의 간음의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 바로 막달라 마리아다.

-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연인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제자는 요한이 아니라 사실 막달라 마리아이고, 그는 예수님과의 사이에서 딸 사라를 낳고 그녀의 후손이 중세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를 이었다(다빈치 코드).

1969년에야 가톨릭교회는 그레고리우스 1세의 설교에 실수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철회했다. 그러나 2004년 개봉한 멜 깁슨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여전히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였으나 회개해 성녀가 된 여자로 일반적으로 지칭되곤 한다.

(b) 오히려 파격적으로 여자를 제자로 받아들여서 가까이 하셨고, 부활의 첫 증인과 선포자로 세우신 예수님의 뜻과는 달리, 초대교회 성립 후 남성 제자들에게 밀려났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래서 창녀, 간음한 여인 등의 불명예를 쓰게 된 것이라고 본다.

(d) 베다니 마리아가 막달라 마리아인가?

누가복음의 바리새인 시몬이 마태/마가복음의 예수님께 고침 받은 나병환자이고, 시몬이 마르다/마리아의 아버지라면 모든 게 맞아 떨어진다. 추측일 뿐이다.

베다니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정도로 예수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여인이 없다.

정리

누가? 베다니 마리아 혹은 막달라 마리아로 알려진 그 여인

몇 번? 유월절 엿새 전에 베다니에 있는 오빠 나사로의 집(=나병이 고침 받은 아버지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서 한 번

3. 의미(여기서부터는 그냥 마리아라고 한다)

(1) 제자들은 마지막까지 예수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예루살렘에 가서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에서 죽을 거다. 그리고 사흘 만에 부활할 거다.’ 십자가 죽음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부활은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님이 세상을 뒤엎고 하나님의 나라(물리적)를 세울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딱 두 사람만 그게 아니라는 감지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두 사람은 가룟 유다와 마리아였다. 예수님이 세상을 뒤집기는커녕 잡혀서 죽을 것이라는 감지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하고 팔았던 것이다. 돈 욕심보다도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마리아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2) 향유 옥합은 단순히 금전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 유대 여인에게 가장 큰 소원이자 꿈인 결혼의 혼수품이다. 결혼하는 첫 날 남편의 몸에 발라주고 이것을 잘 간직했다가 남편을 장례할 때 몸에 발라주는 그 의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자신의 모든 꿈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향유옥합은 결혼을 위해서 준비하고 간직하는, 여인의 평생 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룰 날이 다가온다고 좋아하고 있고,

가룟 유다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감지하자 예수님을 배반하려고 계획하던 그 때,

마리아는 자신의 꿈을 온전히 내려놓았다.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마음 대신에, 사랑하는 예수님께 자신의 모든 것(향유, 결혼, 꿈)을 온전히 내어드렸다!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이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고 예수님의 죽음을 감지한 마리아는 잘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예수님의 장례를 해 드려야겠다는 심정으로 그 귀한 향유 옥합을 깨뜨려(마개를 힘주어 열고) 향유를 부어드렸다. 어쩌면 머리에 부은 향유가 발끝까지 흘려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머리털로 정성스럽게 닦아드렸는지도 모른다. 낯선 사이의 남녀라면 상상할 수 없는 공개적인 신체적 접촉이다. 마리아처럼 친근한 오랜 제자이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3) 예수님은 그 마음을 아셨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헛소리를 해도 다 막으시고 이를 ‘아름다운 일’이라고 칭찬하셨다. 그리고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일도 함께 전하라고 하셨다.

왜? 이런 마음이 바로 복음의 마음이기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이용해서 나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 그래서 십자가 죽음의 자리에까지 가는 것이 바로 복음이기에!

그렇게 우리를 위해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님께,

우리도 우리의 모든 것을 내어드리자.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께 부어드렸던 마리아처럼.

2023/11/1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