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5
간절히 바라셨던 식사
마 26:17-30(17-19, 26-30)
유월절 만찬은 최후의 만찬이라고도 한다.
예수님이 가진 마지막 유월절 만찬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날 예수님이 성만찬을 제정했다고 한다. 거룩한? 새로운 영적 의미를 부여한 만찬.
최후의 (유월절) 만찬은 곧 최초의 성만찬이 된다.
예수님은 이 유월절 만찬/식사 자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이셨다.
눅 22:1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음식을 먹기를 참으로 간절히 바랐다.”
I have eagerly desired to eat this Passover with you before I suffer.
갑자기 갖게 된 소원이 아니라 오래 동안 갖고 계셨던 간절한 소원(eagerly desired)이었다는 말이다. 왜? 우선 예수님이 이 식사 자리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셨음을 살펴보자. 장소와 날짜.
(1) 식사 장소
미리 다 계획을 세워놓으셨다. 어디서 유월절 식사를 하기를 바라시냐고 제자들이 묻자,
마 26:18 "성 안으로 아무를 찾아가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때가 가까워졌으니, 내가 그대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겠다고 하십니다' 하고 그에게 말하여라.“
나중에 그 ‘아무’는 마가 요한의 집안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장소는 마가의 다락방이라고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미리 다 섭외해 놓으신 것이다.
(2) 날짜: 큰 논란
(a) 당연히 유월절 저녁이 아닌가?
그러나 이 날이 언제인지 많은 논란이 있다.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은 무교절 첫째 날(마 26:17, 막 14:12), 요한복음은 유월절 전이라고 하기 때문이다(요 13:1).
구약에 의하면 유월절은 니산월(정월) 14일, 무교절은 이 후로 7일(15-21일)이다. 따라서 날짜가 다르다. 이 문제는 너무나 복잡해서 나 자신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대강만 살펴본다.
(b) 예수님 시대는 구약 시대와는 날짜 면에서 좀 달랐던 것 같다.
막 14:12 무교절 첫째 날에, 곧 유월절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눅 22:1 유월절이라고 하는 무교절이 다가왔다.
구약에 나오는 대로 ‘유월절 14일, 무교절 15일부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유월절/무교절 기간’이라는 의미이고 그 시즌의 첫째 날인 유월절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날짜를 따지다 보면 너무너무 복잡하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유대인의 방식, 당시의 로마력, 심지어 당시 유대지방의 북부와 남부의 달력이 달랐다는 설명까지 있다.
(c) 결론: 예수님이 제자들과 가진 유월절 식사는 일반적으로 갖는 유월절 당일의 저녁 식사가 아니라, 유월절 하루 전 날에 가진 식사로 보인다. 예수님은 이 날 유월절 식사를 하기 원하셨다!
당시에도 일종의 예비적 식사 모임이 흔히 있었기에 제자들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예: 크리스마스 이브
(d) 그렇게 정리하면 몇 가지가 잘 이해된다.
- 유월절 식사 메뉴의 하이라이트인 양고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아직 양을 잡기 전이기에.
- 유월절 식사, 겟세마네 동산 체포, 대제사장 심문에 이은 빌라도 법정에서의 심판 시점은 유월절 이전이라서 유대 지도자들은 ‘몸을 더럽히지 않고 유월절 음식을 먹기 위하여 관저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요 18:28)고 한다. 따라서 유월절 식사는 유월절 저녁이 될 수가 없다.
(e) 정리: 우리는 현대식 달력(태양력)으로 이렇게 이해한다.
목요일: 세족식과 성만찬, 이후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와 심문 당하심
금요일(유월절): 낮에 십자가형
토요일(무교절 시작하는 안식일): 무덤에 계심
일요일: 새벽에 부활하심
그래서 ‘만 삼일’이 아니라 ‘삼일 만’에 부활하셨다.
2. 유월절 식사의 의미
그러면 왜 예수님은 이처럼 주도면밀하게 장소를 준비하고 날짜를 정하셨을까?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1) 예수님은 유월절에 어린 양으로 십자가 죽음을 당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유월절의 어린 양으로 오신 예수님은 유월절 어린 양을 잡은 시간인 유월절 당일에 십자가에 돌아가셨다. 그것이 요한의 강조점이다. 하나님이 분명히 그렇게 섭리하셨을 것이고, 예수님도 세심하게 그것을 의식하셨을 것이다. 그래야 유월절 어린 양의 의미가 성취되기 때문이다.
고전 5:7 우리들의 유월절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습니다.
그래서 유월절 전 날에 식사하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2) 이제 유월절 식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앞으로는 성만찬이다.
유월절은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것을 보고 죽음의 천사가 그 집을 넘어가고(유월) 구원 받았음을 감사하며 지키는 절기다. 그러나 유월절은 옛 언약의 절기이다.
마지막 유월절 식사를 하면서 예수님은 이 절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시려고 한다.
어린 양의 피를 바름으로써가 아니라, 나의 피흘림을 믿음으로써 구원 받음을 알려주시려고 한다.
그 유월절 어린 양이 바로 ‘나’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지켜온 옛 언약의 절기가 아니라,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맺게 되는 새 언약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려고 하셨다. 빵/떡은 예수님의 몸, 포도주/잔은 예수님의 피, 곧 (새) 언약의 피
유월절 전 날에 이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유월절 식사를 하며 옛 언약의 시대 안에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현대의 유대인).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예수님의 죽음에 믿음으로 참여함으로써 새 언약을 맺는 시대, 성찬에 참여함으로써 새 언약을 맺었음을 확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크리스천).
이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유월절 식사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셨다.
3. 메시지
(1) 새 언약을 맺는 방법
유월절의 효력은 어린 양을 잡아서 피를 문설주에 바르는 행동으로 얻어진다.
예수님과 맺는 새 언약은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행동으로 얻어진다.
즉, 유월절에 대한 믿음은 어린 양의 피를 바름으로써 나타낸다면, 새 언약에 대한 믿음은 먹고 마심으로써 나타낸다.
왜 하필이면 먹고 마심으로써?
음식은 속에서 소화가 되고 몸의 일부가 된다. 몸이 된다. 하나가 된다.
예수님과 맺는 새 언약은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고백을 하고 의식에 참여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있나?
여전히 피를 바르는 듯한 겉으로의 행동에 머물고 있나? 아니면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하나가 되는 삶을 살고 있나?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받아서 먹으라고 하시고, 자신의 피를 마시라고 하셨다.
하나가 되자고 하셨다.
(2) 하나님의 때를 위한 삶
예수님의 생애를 살펴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신 게 아니라, 철저하게 하나님의 때를 바라며 그것에 맞춰서 살아가셨다. 예수님께 있어서 그 ‘때’는 유월절 어린 양으로써 십자가에서 죽는 때였다. 그 때에 맞춰서 예루살렘에 가셨고, 유월절 식사 장소도 미리 준비하시고, 날짜도 조정하셨다.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때는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은 무엇이고 그것을 완수하는 때는 언제인가?
그 때를 위해서 일관되게 또 인내하며 살아가자.
2023/11/29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