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9

하루 만에 끝난 불법재판

마 26:57-68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 당하신 이후, 재판 받고 사형선고를 받으셨다.

흔히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사도신경)라고 짧게 기록되어 있지만, 예수님은 6번의 심문/재판을 받으셨다. 6번이 하루 만에 끝났고, 6번이 모두 불법 재판이었다. 

3번은 유대인의 종교 재판이었다. 안나스 전 대제사장, 가야바 현 대제사장, 산헤드린

율법상 신성모독죄의 유죄 판결

3번은 로마인의 형사 재판이었다. 빌라도, 헤롯 안티파스, 빌라도

로마법에 의거해서 반란죄의 무죄 판결. 그럼에도 사형 선고

반유대주의 주장을 할 때, 유대인은 유죄 선언한 반면 로마인은 무죄 선언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오늘은 유대인의 종교 재판을 살펴본다.

1. 안나스의 재판

(마태복음은 2차 재판부터 기록하고 있다) 안나스의 집에서 벌어진 재판

요 18:12-13 로마군대 병정들과 그 부대장과 유대사람들의 성전 경비병들이 예수를 잡아 묶어서 먼저 안나스에게로 끌고 갔다. 안나스는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장인인데

(1) 안나스는 현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장인이다. 원래 대제사장직은 종신형인데, 이 당시는 로마에 의해서 지명되었다. 로마에 의해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후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제사장‘들’이라는 말이 안 되는 표현이 생겼다. 그의 다섯 아들들과 사위(가야바)도 대제사장이었다. 한 시대를 안나스 가문이 대제사장직을 독점했다.

(2) 안나스는 부패한 대제사장의 표본이다. 원래는 감람산에 합법적인 제물 시장 4곳이 산헤드린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안나스가 성전의 이방인의 뜰에 직영 제물 시장을 개설하고 자기 집안이 막대한 불법 이익을 취하였다. 자료에 의하면 66년 유월절 때 양 25만 마리가 제물로 드려졌다고 하니 그 이익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실세이자 자신의 성전 비즈니스 위협자 예수이기에 그가 가장 먼저 예수님을 심문했을 것이다. 가야바의 정식 심문 이전의 예비 심문의 성격. 

(3) 안나스의 심문은 불법이었다.

그는 현직 대제사장이 아니기에 예수님을 심문할 자격이 없다. 이 심문 자체가 불법이다.

안나스는 예수님께 그의 제자들과 그의 가르침에 관해서 물었다.(요 18장)

예수님은 당당하게 대답하셨다.

20-21 나는 드러내 놓고 세상에 말하였소. 나는 언제나 모든 유대사람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으며, 아무 것도 숨어서 말한 것이 없소.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묻소?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를,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시오. 내가 말한 것을 그들이 알고 있소.

그러자 안나스에게 잘 보이려는 경비병 한 사람이 무례하다며 손바닥으로 예수님을 때렸다.

예수님은 그에게도 당당하게 대하셨다.

23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으면,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대시오. 그러나 내가 한 말이 옳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시오?

율법에 의해서 재판 절차가 상당히 발전된 유대 사회. 증거와 증인없이는 유죄 판결이 부당하다. 

안나스는 예수를 묶은 그대로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보냈다.

2. 가야바의 재판

마 27:57-68 오늘의 본문. 가야바의 집에서 벌어진 재판

사도신경은 빌라도에게 책임을 지우지만 더 실제적 책임은 대제사장 가야바인 것 같다.

산헤드린에서 예수님의 사형을 언도하고 빌라도에게 보낸 책임자

(1) 가야바는 본의 아니게 말과 행동으로 선지자 역할을 한 사람

(a) 말: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후(요 11장)

48 "이 사람을 그대로 두면 모두 그를 믿게 될 것이요, 그렇게 되면 로마사람들이 와서 우리의 땅과 민족을 약탈할 것입니다."
49-50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그 해의 대제사장인 가야바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아무 것도 모르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민족 전체가 망하지 않는 것이, 당신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소."
51-52 이 말은, 가야바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해의 대제사장으로서, 예수가 민족을 위하여 죽으실 것을 예언한 것이니, 민족을 위할 뿐만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나님의 자녀를 한데 모아서 하나가 되게 하기 위하여 죽으실 것을 예언한 것이다.
53 그들은 그 날로부터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였다.

가야바의 이 발언 이후 예수는 제거 대상이 되었고, 계획이 추진되었다.

요한는 그가 자기도 모른 채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에 대한 예언을 한 셈이 되었다고 해설한다. 

(b) 행동(마 26장)

63 대제사장이 예수께 말하였다. "내가 살아 계신 하나님을 걸고 그대에게 명령하니,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그대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요?"
64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이 말하였소. 그러나 내가 당신들에게 다시 말하오. 이제로부터 당신들은, 인자가 권능의 보좌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셨다!)
65-66 그 때에 대제사장은 자기 옷을 찢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가 하나님을 모독하였소. 이제 우리에게 이 이상 증인이 무슨 필요가 있겠소? 보시오, 여러분은 방금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는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i) 가야바는 왜 자기 옷을 찢었나?

예수님의 신성모독 발언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그처럼 불경스러운 말은 듣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커다란 슬픔/애도, 애통, 분노의 표현으로 옷을 찢는 것은 유대 사회의 문화다.

하지만 율법에 의하면 대제사장은 절대로 자신의 옷을 찢을 수 없었다.

레 21:10 형제 제사장들 가운데서 으뜸되는 대제사장은, 임명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부었고, 또 예복을 입고 거룩하게 구별되었으므로, 머리를 풀거나 옷을 찢으며 애도해서는 안 된다.

왜? 대제사장의 옷은 하나님 영광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가야바는 자기 입장에서 화가 나서 옷을 찢었을 수도 있고, 산헤드린 공회원들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서 오버액션으로 옷을 찢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율법을 어긴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단순한 잘못이 아니라 예언적인 행동이 되어 버렸다.

마치 예수님 운명 때 성전의 휘장이 찢어진 것처럼, 그가 대제사장의 옷을 찢으므로서 더 이상 예루살렘 성전 시스템은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예언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진정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의 옷은 결코 찢어지지 않았다. 

십자가 아래에서 군병들은 그의 옷을 찢지 않고 제비 뽑아서 나누어 가졌다. 상징적인 모습이다.

(ii) 한편, 가야바는 이때 대제사장 공식 의복을 찢은 게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 역시 율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찢은 옷은 세미 의복 혹은 평상복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공식 대제사장 복장을 하지 않은 채 임하는 재판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예) 판사는 법복을 입고 선고를 한다. 만일 사복을 입은 채 선고를 한다면 무효일 것이다.

(2) 이어지는 만행

예수님 시대 만이 아니라 사도 시대에까지 이어진다.

(a) 베드로가 성전 미문에서 날 때부터 앉은뱅이를 고친 후 설교하자 체포(행 4장)

5 이튿날 유대의 지도자들과 장로들과 율법학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는데,
6 대제사장 안나스를 비롯해서, 가야바와 요한과 알렉산더와 그 밖에 대제사장의 가문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실세 안나스!)
7 그들은 사도들을 가운데에 세워 놓고서 물었다. "그대들은 대체 무슨 권세와 누구의 이름으로 이런 일을 하였소?"

(b) 사도들의 기적으로 많은 백성들이 그들에게로 몰려들자 사도들을 옥에 가두었는데 밤에 천사가 감옥 문을 열고 데리고 나감(행 5장)

27 그들이 사도들을 데려다가 공의회 앞에 세우니, 대제사장(가야바? 혹시 안나스?)이 신문하였다.
28 "우리가 그대들에게 그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고 엄중히 명령하였소. 그런데도 그대들은 그대들의 가르침을 온예루살렘에 퍼뜨렸소. 그대들은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려 하고 있소."

29 베드로와 사도들이 대답하였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3. 산헤드린 공회

마 27:1-2 새벽에 사형을 결의했다. 그리고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4. 불법 재판

(1) 이 모든 재판이 유대 율법에 의하면 불법이다.

(a) 명절 기간에는 재판이 열릴 수 없다. 게다가 이 날은 가장 중요한 축제일인 유월절이었다.

(b) 야간에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데, 이 재판은 동이 트기 전에 열렸다.

(c) 피고에게는 변호인이 있어야 했지만, 예수님께는 아무도 없었다. 

(d) 피고는 유도하는 심문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그리스도인가 하는 질문을 받으셨다.

(e) 재판하는 동안 폭력을 사용하는데도 재판관은 저지하지 않았다.

(f) 법정의 각 구성원이 개별적 투표로 판결을 내려야 했는데, 구두 투표로 판결을 내렸다. 

(g) 사형이 내려지면 집행되기 전까지 하루를 지나야 하는데, 예수님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2) 이런 불법 재판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은?

사 53:7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마치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암양처럼, 끌려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a)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는 말의 의미?

문자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 것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때로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진행되는 것임을 알고 받아들이셨기에, 이런 불법 재판 중에도 법리적인 다툼, 구차한 변명, 억지 주장, 목숨을 구하기 위한 하소연 등을 하지 않으셨다.

(b) 우리도 불법적인 일을 당할 때 ‘아무 말 하지 않고’ 손해를 당해야 하나? 

지나친 적용일 수가 있다. 예수님이 불법 재판을 받아들이신 이유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확실히 아셨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온 불법적 상황도 그러한 것인지 아닌지를 잘 분별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 불법적 상황이라도 무조건 당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라면 불법적인 일이라도 무리수를 두면서 맞서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2024/1/10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