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4

마지막 사랑의 호소

마 26:14-25(20-25)

1. 문화적 이해

(1) 성경에 담긴 신앙적 의미를 파악하기 이전에 내용 파악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상황을 수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다가 자신을 배반하고 팔 것이라고 예수님이 공개적으로 말씀하시고, 함께 대접에 손을 담그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며 구체적인 행동까지 하셨고, 이에 따른 유다의 대답이 있었는데, 왜 제자들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나? 못된 유다를 잡아서 결박하거나 흠씬 패야 하는 것 아닌가? 제자들은 말을 못 알아듣는 바보들인가? 아니면 겁쟁이들인가? 

(2) 흔히 최후의 만찬이라고 부르는 이 장면에 대한 올바른 문화적 이해가 있어야 하겠다.

우리는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연상한다. 

긴 테이블에 예수님이 중앙에 앉아 있고 양쪽으로 한 줄로 앉아 있는 식사 장면. 

이것은 1490년 이탈리아의 문화적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성경의 장면을 이해가 어렵다.

(3) 당시의 식사문화: 트리클리니움(Triclinium)

로마제국에서 도입된 당시의 식당 구조이다.

(a) ‘ㄷ’자(U자) 구조의 테이블 세팅

한 가운데에 낮은 식탁 3개를 ‘ㄷ’자(U자) 구조로 배치(3개라서 ‘트리’클리니움). 나머지 한 쪽은 서빙을 위해서 비워둠

(b) 의자가 아니라 소파에 기대고 앉음(거의 누음). 머리를 안쪽으로 하고 왼쪽 팔꿈치에 기대고 앉아서(recline)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으며 식사

마 8:11 많은 사람이 동과 서에서 와서,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약곱과 함께 잔치 자리에 앉을 것이다. (관주: ‘비스듬히 눕다’ 유대인들이 식사할 때에 가지는 자세) 

(c) 식탁 바깥쪽으로 내밀게 된 발을 종이 씻어 주었다.

(4) 최후의 만찬의 경우

(a) 예수님의 테이블(헤드 테이블/상석)에 4명, 다른 테이블에 각각 5명, 4명일 듯(혹은 3/5/5)

(b) 헤드 테이블/상석(place of honor)인 예수님의 테이블의 중앙에는 예수님, 오른쪽에는 요한(‘예수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음’), 그리고 왼쪽에는 가룟 유다가 앉음.

베드로가 아니라, 유다와 요한이 헤드 테이블에 앉음!

(c) 오히려 베드로는 문에서 가까운 가장 말석(마주 앉은 요한을 쉽게 볼 수 있는 건너편 식탁의 끝자리, 그래서 발씻음도 가장 마지막?)

이런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내용을 파악해 보자. 

2. 이해를 위한 질문과 대답

(1) 예수님이 유다의 배신에 대해 말씀하시는데도 어째서 제자들은 아무런 행동이 없었나?

(a) 모두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마 26:22 그들은 몹시 걱정이 되어, 저마다 "주님, 나는 아니지요?" 하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예)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요청했던 야고보와 요한

(b) 유다는 너무도 신뢰받는 제자이기에(회계, 헤드 테이블) 그의 배신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c)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왁자지껄 식사하는 분위기에서 요한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을 헤드 테이블의 3명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요한은 들었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다만 예수님의 말을 알아들은 말이었던 셈이다.

(2) 빵 조각을 받으니까 사탄이 자동적으로 그에게 들어갔나?

요 13:27 그가 빵조각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예수님과 유다가 어떤 마음으로 빵 조각을 주셨고 또 받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a) 예수님은 이미 여러 차례 유다만 알아들을 수 있게 경고와 만류를 하셨다. 그 연장선이다.

- 요 6:70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희 가운데서 하나는 악마이다.

- 지금도 가장 특별하게 대우(헤드 테이블, 예수님의 바로 옆 자리)를 하심

- 유다의 발을 씻어주심. 유다는 세족식까지 하고 최후의 만찬 중에 나감

- 자신을 배신할 때 오게 될 끔직한 결과를 말씀하심

마 26:24 인자는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떠나가지만,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은 화가 있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기에게 좋았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지막으로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마음에서 빵 조각을 주시고 계신다.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b) 그러나 충분히 알아들은 유다가 예수님의 만류를 거부하고 배신을 결심하는 마음에서 빵 조각을 받아 들일 때 즉 사탄의 유혹을 받아들였을 때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c) 우리도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유혹과 갈등으로 마음이 왔다갔다 하다가 한 쪽을 결심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결심한 것이다. 따라서 내 책임이다.

(3) 유다를 정죄할 수 있나?

만일 유다가 배신계획을 포기하였다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지 않으셨까? 그러면 구원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유다는 배신을 하도록 예정된 사람 아닌가? 오히려 유다는 하나님께 쓰임 받은 사람이 아닌가? 그런 유다를 정죄할 수 있나?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의 결과를 보는 중이다. 예수님은 만류하셨지만 유다는 그것을 뿌리치고 배신했고 그로 인해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하나의 결과다.

그러나 유다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십자가 죽음과 구원을 이루실 수 있다. 유다의 배신이 운명론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잘못도 이미 다 정해진 것이라고 정당화 할 수 없다.

그런 운명론에 빠지면 안 된다. 하나님은 자유의지를 주셨다. 책임도 따라온다.

3. 메시지

(1) 하나님의 마지막 호소

하나님은 나에게도 하라고 혹은 하지 말라고 호소하신다.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호소하신다.

직접 말씀하시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여러 사건을 통해서 말씀하시기도 한다. 

주로 안 좋을 때 혹은 ‘나쁜’ 일을 통해서 말씀하신다.

잘 된 일, 감사한 때에는 기쁨에 들떠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쁜 일, 상처받는 일을 당할 때 우리는 엄청 예민해 진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그런 예민할 때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쁜 일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나쁜 일은 무엇을 하라는 혹은 하지 말라는 호소인 셈이다.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호소인 셈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그 마지막 호소를 듣고 있는 지도 모른다.

유다에게 빵 조각을 주시면서 ‘유다야, 제발 이것 받지마! 그리고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내려놔...’ 그 목소리를 듣고 그 눈빛을 보아야 한다.

(2) 나의 마지막 호소

다른 사람에게 사기당하거나 배신당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해 한다. 왜 그걸 못 알아봤나? 내 눈에는 뻔히 보이던데... 내 눈은 못 속인다. 나는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에서 아예 마음을 내 주지 않고, 안 좋은 조짐이 있을 때 넌지시 타이르지 않고 방어벽만 치는 게 잘 하는 건가?

유다의 마음을 아시면서도 계속해서 마음을 주셨던 예수님

돈을 좋아하는 그를 회계 담당을 맡기셨다. 우리는 반대다. 그런 사람에게는 절대로 돈 관리 안 시킨다.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먹으려는 사람의 발의 씻겨주셨다.

그리고 상석에 앉히셨다. 남들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히 만류하고 경고하셨다.

언제까지? 배신의 강을 건널 때까지! 

그래서 예수님께는 후회가 없을 것 같다!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실 것 같다.

우리는 사기/배신 당하는 것이 아프기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

상처도 없지만 열정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지?

아픔은 없지만 후회가 되는 인생은 아닌지?

성령님의 도움으로 용기있게 또 다시 사랑의 호소를 해 보자.

2023/11/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