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희년을 어떻게 실천하나?
레 25:8-13
1. 희년의 내용
(1) 7일째는 안식일, 7년째는 안식년, 안식년을 7번 보낸 다음 해, 즉 50년째 해를 희년이라고 한다. 희년이 되면 대제사장이 숫양의 뿔로 된 나팔을 불어서 온 땅에 알린다.
히브리 원어로 나팔인 ‘요벨’, 영어는 요벨의 히브리어의 음역인 쥬빌리(Jubilee), 우리말로는 기쁠 희(喜), 희년.
희년이 되면 (a) 땅을 쉬게 하고 (b) 모든 빚진 것을 탕감해 준다. 그래서 땅의 소유권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고, 빚 때문에 종이 된 사람도 신분해방이 되어 자유인이 된다.
(2) 이사야 선지자는 희년을 은혜의 해와 보복의 날로 표현했다.
사 61:1-2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님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3) 예수님은 나사렛 회당에서 첫 설교(사명선언문) 할 때 이사야 말씀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옴으로써 희년이 성취되었다고 선언하셨다(눅 4:18-19).
그런데 보복의 날은 빼셨다. 보복은 희년을 지키지 않을 때 하나님이 주시는 벌이었을 것이다.
렘 34:17 그러므로 나 주가 말한다. 너희는 모두 너희의 친척, 너희의 동포에게 자유를 선언하라는 나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러므로 보아라, 나도 너희에게 자유를 선언하여 너희가 전쟁과 염병과 기근으로 죽게 할 것이니, 세상의 모든 민족이 이것을 보고 무서워 떨 것이다. 나 주가 하는 말이다.
예수님은 우선 자비와 용서로 은혜를 베푸시기 위해서 오셨음을 말한다. 은혜를 받은 자들이 자발적인 절제와 나눔으로 은혜의 해/희년이 구현될 것을 기대하신다. 희년을 지키지 않을 때 따르는 벌과 보복은 재림 때에 하시리라.
2. 희년의 실천과 정신
(1) 과연 희년이 실행되었을까?
희년은 50년 간의 생활을 송두리채 뒤집는 과격한 개혁 정책이다.
성경에 희년을 지켰다는 분명한 기록이 없어서 단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희년의 정신에 따라 지켜지다가 왕정시대가 되면서는 확실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2) 더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희년의 정신은 무엇인가?
(a) 땅의 안식: 휴경으로써 지력을 회복해서 더 많은 소출을 얻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
핵심은 하나님을 신뢰하느냐 여부!
1년 쉬고, 다음 해 농사시작해서 수확하려면 또 다시 1년. 즉 2년을 수확 없이 지내야 하는데 하나님이 그 전에 풍성히 채워주실 것을 믿느냐 여부
(b) 빚 탕감: 50년을 주기로 종이 해방되고 땅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처음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신다는 뜻이다.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자비와 긍휼!
처음에는 다들 동일선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능력, 운, 세습 등의 차이로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그로 인해서 신분마저 차이가 나게 됨.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 재생의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긍휼이다.
(3) 예수님의 희년 선포
돈 문제라서 이스라엘 역사상 거의 실행되지 못했다고 보는데, 예수님이 오셔서 희년을 선포하셨다! 과연 희년은 누구에게 기쁜 해? 유산(토지)와 자신(노예)을 팔 수 밖에 없었던 가난한 사람!
부자에게는? 별로 기쁘지 않은 해.
그래서 예수님이 나사렛 회당에서의 희년을 선포했을 때, 동네사람들(지주/부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예수님을 절벽에서 밀쳐 버리려고 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땅과 신분의 회복이라는 물질적 차원의 회복을 위해서 일하셨나?
아니다. 예수님은 희년의 영적 차원을 선포하시고 그것을 위해서 일하셨다.
탐욕을 무기로 인간을 도구화/비인격화 시키는 마귀의 세력에서의 해방을 선포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셨다. 영적 차원이 우선순위!
그렇다면 물질적 차원의 회복은 불필요한 것인가? 영의 구원만 받으면 되는 건가?
아니다. 예수님은 근원적인 해결을 하신 것이고, 이제 신약시대의 시작과 함께 물질적 차원의 회복을 해야 하는 게 우리들의 과제다.
3.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희년
자본주의 제도는 오히려 빈부격차/소득 양극화를 더욱더 심화시키는 제도. 게다가 우리는 단일종교 사회가 아니고, 단일 민족도 아니다. 이런 사회에 사는 우리는 희년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1) 쥬빌리 2000
성경의 희년제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1996년 세계 각 나라의 인권단체와 NGO, 교회단체가 영국에 모여서 상환 불능한 세계 최빈국의 외채탕감운동을 위해서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기로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G8회의가 열릴 때마다 5~7만의 인파가 평화 시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외채 1달러를 꿔준 대신 지금까지 그 이자와 기타 연관 수익으로 9달러를 회수해 갔기 때문에 이들 나라(아프리카)의 빈곤이 심화된 것이라고 주장. 채무가 전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이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평가받았다.
(2) 주빌리 은행
2015년 출범. 시민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사서 소각함으로써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서 구제해 주는 기관.
국내에서 금융기관과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 명가량(2013년 8월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4만 명은 사실상 부채상환이 불가능한 장기 연체자로 추정된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면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원금의 1~10% 수준의 헐값에 넘겨왔다.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인 대부업체들은 이를 받아내려고 혹독하게 채무자들을 추심해왔다.
주빌리은행은 이런 장기 연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원금의 5%로 사들여,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한다.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이 낸 상환금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채무자들은 상환 없이 빚을 탕감 받을 수도 있다.
이런 희년 정신은 이미 채무탕감제도로 사회 내에 제도화 되어있다.
이런 사회운동/기관에 동참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개인 성도로서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희년정신을 실천할 할 수 있을까?
(3) 코이노니아(서로 나눔) (신현우 교수)
코이노니아는 ‘서로 나눔’이라는 뜻인데, 복음/사역/고난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물질도 나눈다. 예루살렘 교회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서로의 물질적 필요를 볼 때 도움을 줌으로써 코이노니아의 물질 나눔을 행하고 있다.
희년제도는 남의 것을 돌려주라고 명하는데, 코이노니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의 것이 아니라 원래 나의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헌금도 이런 정신의 연장선이다. 넉넉한 사람의 헌금으로 궁핍한 사람을 돕는 구제헌금은 평형(균등)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한다.
고후 8:14 지금 여러분의 넉넉한 살림이 그들의 궁핍을 채워주면, 그들의 살림이 넉넉해질 때에, 그들이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평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교회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도 넉넉한 사람은 십일조를 넘어서 더 많이(그래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므로) 헌금을 해서 궁핍한 사람의 부분을 채우고 평형을 이룬다.
(4) 디아코니아(섬김) (신현우 교수)
예수님은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셨다. 그것은 죄에서 자유를 얻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는 것이다.
갈 5:13 (개역개정)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
예) 세족식
섬김은 희년제도의 노예해방 정신을 구현한다. 희년은 나에게 종살이 하는 노예를 해방하라고 명하는데, 디아코니아(섬김)은 내가 남에게 마치 노예인 양 섬김으로써 남을 주인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희년제도의 노예해방 정신을 희년법보다 더욱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8/17/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