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아끼고 시간을 구원하라

엡 5:15-17, 시편 90:10, 12

세월이 참 빠르게 간다. 어느 덧 2022년의 9월 중순이다. 곧 연말이고 또 한 해가 지나갈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정신없이 주어진 일을 해 나가면서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세월을 아끼라고 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허송세월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 이상이다.

1. 이 말의 배경은 때가 악하다는 것이다.

때가 악하기 때문에 세월을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

악한 세력 사탄의 방해로 인해서 하나님이 시간을 창조하셨을 때 가졌던 시간의 개념은 다 무너지고,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2. 아끼라

물/전기를 아끼듯이? 낭비하지 말라?

‘아끼다’는 구원/구속하다는 말이다. 아끼는 save가 아니라 구원하는 save

더 정확히는 redeem

뭔가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산다, 뭔가 망가지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시간의 개념이 망가지고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말이다.

악한 세력 사탄에 의해서,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서 태어난 순간부터 죽은 그 시간까지 별다른 대응 없이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고 속아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망가지고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망가진 시간을 고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라고 한다. 그게 세월을 아끼라는 말이다.

3. 어떻게?

그리스어로 시간은 두 가지가 있다.

(1) 크로노스: 세월이다. 하루, 한 달, 일 년. 양적인 개념의 시간이다. 

누구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이 크로노스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 크로노스다.

(2) 카이로스: 질적인 시간, 하나님의 시간이다.

각자에게 다르게 여겨지는 시간이다. 아니, 각자가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예) 똑같이 1시간을 보내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과 싫은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다르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 하나님과 연결된 뭔가 특별한 시간이다.

(3) 예수님은 그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시간을 초월하신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시간의 제한 속으로 들어오셨다.

그 역시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힘들게 살아가고, 권력자들의 손에서 좌지우지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수님은 시간을 구속하셨다.

요 7:6 내 때(카이로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의 때는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크로노스 시간에 의해서 초막절이 다가오지만, 자신의 카이로스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셨다. 다가온 초막절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카이로스적 시간. 그것이 예수님이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신 시간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고치고 되찾으셔서(구속)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드셨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세월을 아끼셨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도 이런 식으로 세월을 아끼기를, 시간을 구속하기를 바라셨다.

요 4:23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 시간에 의해서 일요일이 되었으니까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는 것이 아니라, 카이로스적으로 시간으로 영과 진리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면서 시간을 구속하고 세월을 아끼는 사람을 찾으신다.

4. 사는 날 계수법

세월을 아끼고 시간을 구속하는 삶이란 순간 순간을 하나님과 연관 지어서 살아가는 삶이다.

시편 90:10, 12

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빠르게 지나가니, 마치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칠십이니 팔십이니 하며 세는 것은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세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다. 물론 자랑스러운 순간도, 기쁜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다 소용없는 일이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이런 심정이다.

12 우리에게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날을 세는 법? 나이 세는 법? 10절과 똑같은 자세?

아니다. 지혜의 마음으로 우리의 날을 세는 법. 카이로스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법, 시간을 사용하는 법, 인생을 기억하는 법일 것이다. (잘잘법의 황병구)

이는 곧 예수님이 보여주시고,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똑같은 일’을 해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느냐 여부!

예) 식사시간

그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시간?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고, 예쁘게 차려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식사시간? 천지차이다.

단지 천지 차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식사 시간은 카이로스적 시간이다.

세월을 아끼고 시간을 구속한 것이다. 시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의도를 살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식재료, 금전, 시간적 여유(짬),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 이 모든 것을 감사해 하면서 식사하는 카이로스적 시간이다.

예) 괴로운 시간일 수도 있다.

좌절을 경험하고 죄를 깨닫고 아프게 회개하는 시간. 

시편 51편 다윗의 밧세바 사건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더 가까워진다면 그것이 바로 카이로스적 시간이다.

그런 아픈 시간을 그저 아프다고만 하면서 지나간다면 사탄에게 속아넘어가는 것이다.

아픔과 괴로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더 가까워지는 것이 세월을 아끼고 시간을 구속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혜의 마음으로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이다.

결론

때가 악하다. 

사탄은 시간을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것으로 만들기 원한다. 

겉으로는 열심히 사는 삶이다. 바쁘게 사는 삶이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미는 없는 ‘잃어버린’ 시간, ‘망가진’ 시간이다. 

사탄은 우리가 카이로스적으로 시간을 구속하며 사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방해한다.

바쁘게 살도록 자극하고, 정신없는 일을 던져놓고, 열심히 사는 것이 모범적인 인생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텅빈 인생이 되도록 한다. 또 한 해가 가는구나, 내 나이 60/80이구나,....

사탄은 크로노스의 시간을 지배한다. 달리 말하면 사탄은 우리가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여기게 한다.

다행히도 사탄은 카이로스의 시간에는 손을 대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것을 되찾고 회복하고 구속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하나님과 연관지어지는 시간, 그런 의미로...

시간/세월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자.

시간/세월을 그저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보내지 말자.

시간/세월을 정신없이 바쁘게 혹은 열심히 사는 것으로만 생각하며 살아가지 말자.

그런 삶은 전부 시간을 망가뜨리고, 잃어버리고, 낭비하는 삶이다.

오늘 하나의 일이라도, 하나님과 관련된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서, 하나님이 바라시는 일상의 의무를 하면서....

세월을 아끼자. 그리고 시간을 구원하자.

9/14/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