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2
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7:18-19
1. 배경
(1) 지난 시간에 사울왕이 죽고 통일왕국의 왕이 되는 긴 과정을 살펴보았다.
정치를 잘 해야 하는 아주 민감한 시기. 다윗이 지혜로운 결정들을 내림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샀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정략적 결정이 아니라 다윗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결정들이었음도 살펴보았다.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히 인정하는 진심, 사람들을 사랑하는 진심...
(2) 언약궤
(a) 삼하 5-10장은 다윗이 통일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고 안정을 취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6장에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온 사건은 유명하다.
진심은 있었지만 올바른 방법을 몰라서 웃사의 죽음과 함께 1차 실패한 후, 언약궤를 맡은 오벳에돔 집에 하나님이 복을 내려주심을 보고 용기를 내서 2차 시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b) 이 사건 역시 정치공학적으로 볼 수 있다. 언약궤를 새 수도 예루살렘으로 모심으로써 12지파의 구심점을 형성하려는 좋은 정치적 결정이다. 사사시대 부족연맹체에서 통일 왕국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한 사건이 되었다. 통합 초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이 역시 정략보다 진심에서 이 일을 추진했다.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고 비웃는 미갈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6:21 그렇소. 내가 주님 앞에서 그렇게 춤을 추었소. 주님께서는, 그대의 아버지와 그의 온 집안이 있는데도, 그들을 마다하시고, 나를 뽑으셔서,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통치자로 세워 주셨소. 그러니 나는 주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소. 나는 언제나 주님 앞에서 기뻐하며 뛸 것이오. 내가 스스로를 보아도 천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주님을 찬양하는 일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낮아지고 싶소. 그래도 그대가 말한 그 여자들은 나를 더욱더 존경할 것이오.
다윗이 미갈에게 자신의 춤과 환희에 찬 언약궤 환영식은 단지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왕국을 안정시키려는 정치적 책략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진심을 표한 신앙적 행위라고 말한 것이다.
2. 다윗 언약
이런 일 후에 7장 다윗의 언약 이야기가 나온다.
(1) 하나님께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다윗은 자기는 왕궁에 있는데 하나님의 궤는 휘장/텐트에 모신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성전을 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다윗의 마음은 너무나도 기특하고 귀한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고대 중근동의 문화에서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집/전을 지어드리는” 행위는 고대 가나안의 바알신화나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 에누마 엘리쉬에 따르면 승리한 신에게 복종을 맹약하는 하등 신들의 자발적 공경 행위였다. 승리한 신만이 집(궁궐)에 들어가 “안식”할 권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통합 왕국을 세우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킨 이런 승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윗이 고대 중근동의 여러 나라들의 신들을 무찌르고 승리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승리하신 신적인 대왕으로 선포하고 ‘안식처’인 성전을 지어드리겠다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던 것이다.
(2) 그러나 하나님은 이에 대해서 너무나 놀라운 대답을 하신다.
네가 나의 집/전을 지어줄 게 아니라, 내가 너의 집을 지어줄 것이다.
그것도 영원한 집을 말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초월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
(3) 하나님이 나단을 통해서 다윗에게 주신 신탁(신의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함)을 다윗 언약이라고 한다. 굵직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왕조
다윗 왕국시대는 사사시대와 전혀 다른 양상의 안정과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사사 시대는 모든 주변국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는데, 이제는 이스라엘이 모든 원수에게 시달림을 당하지 않고 평안히 살게 될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 약속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을 다스릴 안정된 왕조가 필요한데, 바로 다윗의 집안을 왕조로 만들어 주겠다.
11절 (개역개정) 여호와가 너를 위하여 집을 짓고
네가 나를 위해서 집/전을 지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서 집/왕조를 지어주겠다!
다윗은 집(house)=전(temple), 하나님은 집(house)=왕조(dynasty)
너를 왕으로 세운 것 뿐 아니라 네가 죽은 후에도 후손을 통해 더욱 견고해 질 집/왕조를 말한다.
(b) 영원히
집/성전은 네가 아니라 너의 후손이 지을 것인데, 나는 그의 나라와 왕위를 영원토록 튼튼하게 하여 주겠다 (13절). 16절에서도 반복한다.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이어 갈 것이며, 네 왕위가 영원히 튼튼하게 서 있을 것이다. ‘영원히’가 핵심 포인트.
이것을 다윗 언약이라고 부른다.
이후 다윗 왕조의 정통성을 설명하는 유다왕국에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내용이다.
악한 왕이 등장할 때도, 하나님은 다윗을 보고서 즉, 다윗과의 언약 때문에, 참고 넘어가셨다.
대하 21:7 (여호람) 그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다윗 왕가를 멸망시키려고 하지 않으셨다. 일찍이 주님께서 그의 종 다윗과 언약을 맺으시고, 다윗과 그 자손에게서 왕조의 등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바벨론 포로로 잡혀갔을 때도 이스라엘 백성이 울부짖은 근거도 이것이었다.
3. 다윗의 반응
이런 말을 들은 다윗의 심정이 어떻겠나? 그것이 오늘 본문
(1)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하나님께서 이렇게까지 해 주시나!
18-19절 주 하나님, 내가 누구이며 또 내 집안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나를 이러한 자리에까지 오르게 해주셨습니까? 주 하나님,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이것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시고, 주님의 종의 집안에 있을 먼 장래의 일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주 나의 하나님, 이것이 어찌 주님께서 사람을 대하시는 일상적인 방법이겠습니까?
이새 집안의 막둥이라서 사무엘이 차기 왕을 기름 부으러 올 때 아예 부르지도 않았을 만큼 존재감 없던 사람, 얼마 전까지도 목숨 부지하려고 광야를 숨어 다니고, 적국 블레셋으로 망명까지 했던, 그러면서도 목숨을 부지하려고 미치광이 흉내까지 내었던 내가! 이런 나를 일국의 왕으로 세워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나의 집안을 왕조로 만들어주시고, 더군다나 우리 집안/왕조를 영원한 왕조로 세워주신다니!!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가 감당하기 힘들다.
(2) 우리에게 적용해 본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하나님께서 이렇게까지 해 주시나!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누리는 은혜와 축복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정말 촌스럽고, 수줍음 많이 타고(사람들 앞에 선다?), 지찔하던 나였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 귀한 성도들, 주신 목회 현장(교회)
발전된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살면서, 궁핍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귀한 사명 감당하면서 살아가다니...
그러나 삶의 여건이 힘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은 이런 축복이 아니다?
또한 다윗은 왕이 되고 그의 집안은 영원한 왕조가 된 반면에,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그만큼 감사하지는 않다?
그런 면으로만 다윗과 공감/비교할 게 아니다.
다윗이 미처 몰랐던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윗보다 더 큰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4. 우리에게 주신 축복
다윗이 미처 몰랐던 사실
실제로 자신의 후손이 얼마나 일을 망쳐버릴 것인지를... 얼마나 하나님께 불순종할 것인지를...
그래서 실제로는 나라가 망하고 성전은 파괴되고 백성들은 포로로 잡혀갈 것인지를....
그렇다면 다윗의 후손이 지어드릴 거라는 성전은? 솔로모의 성전도 결국 파괴되었는데?
그리고 ‘영원한 왕조’에 대한 약속은? 나라가 망해버렸는데?
다윗은 일이 그렇게 될 것도, 그 후 어떻게 될 지 몰랐지만, 우리는 안다.
하나님이 진짜로 염두에 두신 성전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지어 드리는 성전이 아니라,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님이 지으신 성전이라는 것을.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성령 하나님이 들어오셔서 성도가 성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윗의 왕조는 ‘영원’한 것이고, 그 후손이 지어드릴 성전도 ‘영원’하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다윗보다 더 감격하며 감사드릴 수 있다.
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대해 주십니까?
다윗의 언약 안에 내가 있고, 나에 대한 축복이 영원하다!
9/28/202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