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

예수님의 족보

1:1, 16-17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한다. 유대인적 접근법이다. 족보에 민감한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다윗 왕의 후손임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다윗 왕의 후손으로 오신 이 분이 예언된 메시아임을 알리려는 의도다.

예) 양반 집안, 왕손

그런데 마태는 족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족보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신학적 메시지를 담아서 기록했다. 족보를 통한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신학적 선언인 셈이다. 

1. 다윗의 후손: 유대인의 메시아

1:1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는 이러하다.

우리말 번역은 시대 순으로 아브라함을 먼저 적었지만 원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그는 다윗의 자손이요, 아브라함의 자손이다’의 순서이다. 즉 다윗의 자손임이 강조되었다.

(1) 왜 다윗의 자손임을 강조하는가?

마태복음의 수신자인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이 왕손, 다윗 왕의 후손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히 왕족이라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다윗처럼 메시아가 다시 등장해서 유대인의 왕국을 재건해 줄 것을 기대하는 시대적인 요구/필요에 호응하기 위해서다.

(2) 다윗의 후손임을 강조하기 위한 기법

(a) 다윗만 ‘왕’이라고 콕 집어서 표현했다(6절).

(b) 14x3 구조

이스라엘 전체 역사를 족보에 담았는데, 그 구조는 ‘14x3’이다 14대가 3번 반복.

그런데 두 번째 14대는 실제로 20명의 유다 왕 중 6명을 누락시키고 만든 숫자다. 

그래서 ‘사실 그대로’의 역사(현대의 역사 개념)가 아니라 ‘목적/의도를 가진’ 역사(고대의 역사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14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면 왜 14라는 숫자? 

- 14=7(완전수, 창조 후 7일째에 안식)x2. 그리고 이것이 3번(삼위일체 하나님의 완전수) 반복. 

하나님의 완전하신 계획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 1세기 당시의 활용되었던 ‘게마트리아’ 방식에 의하면 다윗(다위드)의 이름값은 14(4+6+4)

게마트리아[Gematria]: 히브리어의 알파벳이 나타내는 숫자로써 그 단어가 지닌 뜻을 풀어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 이름을 숫자로 표현하는 관습도 그 중의 하나다.

예) 666: 히브리어 게마트리아로 666을 문자로 바꿔보면 נרונקסר 라는 글자가 나온다. 라틴 알파벳으로 바꾸면 Nrwnqsr가 되는데, 여기에 모음을 붙이면 Nerw Qesar, 즉 네로 카이사르(네로황제)가 된다. (이것이 더 설득력 있음)

* 족보를 통해서 예수님은 다윗의 시대를 재현하러 오신 다윗 왕의 후손으로 오셨음을 강조한다. 

2. 아브라함의 자손: 모든 민족의 복의 통로

누가는 족보의 근원을 아담/하나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마태는 아브라함까지 거슬러 감으로써 예수님이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신학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모든 민족에게 복의 통로가 되는 아브라함

(1) ‘땅에 사는 모든 민족’(all peoples/families, not 단순히 모든 사람)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3) -> 네 자손의 덕을 입어서/네 씨로 말미암아(창 22:18)

아브라함 자손만 해도 이스마엘 뿐 아니라 그두라의 자손(미디안, 앗수르 등)

(2) 바울은 그 씨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간파함(갈 3:8; 3:16)

(3) 모든 이방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언약의 복(하나님의 자녀)을 받게 된다.

* 예수님은 메시아 약속을 성취하는 다윗의 후손으로 오셨지만(유대인 수신자에게 더 중요) 동시에 모든 민족(이방인)에게 하나님의 복을 주는 통로로 오심을 말함.

3. 4 여인들: 모든 인생의 메시아

족보에는 믿음의 여인들인 사라, 리브가, 라헬/레아, 아비가일 등은 등장하지 않고, 다말, 라합, 룻, 밧세바가 등장한다. 네 명의 공통점

(1) 이방인: 다말(가나안), 라합(여리고), 룻(모압), 밧세바(헷 사람의 아내라는 의미로 이름 대신 ‘우리야의 아내’라고 언급). 이는 예수님이 유대인 뿐 아니라 이방인의 그리스도도 되심을 선언(아브라함의 자손).

(2)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로 기구한 인생이 전환된 경우

(a) 비정상적인 결혼 생활: 다말(시아버지), 라합(창기), 룻(재혼), 밧세바(간음). 예수님이 이런 모든 range(왕/족장~비극적 여인)의 인간들을 위한 그리스도임을 선언. 

(b) 이들이 비정상적인 결합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메시야 계획을 이루는 수단이었다는 것을 보임으로 마리아를 통한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을 준비시킴

* 모든 인생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

족보를 편집함으로써 이런 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족보를 보는 또 다른 관점

1. 14x3 구조

(1) 첫 번째 14대: 아브라함 ~ 다윗

수치스러운 일도 있지만(다말, 라합), 전반적인 분위기는 소망, 기대, 발전이다.

출애굽의 기적, 광야생활, 가나안 정복,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시는 왕의 등장

그런 흐름 끝에 최고 정점 다윗 왕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고 소망이 이루어짐.

(2) 두 번째 14대: 다윗 ~ 바벨론 포로

다윗 왕이라는 정점에서 점점 떨어지는 추세.

중간에 여호사밧, 히스기야, 요시야 등의 잠시 반전도 있었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많은 선지자들의 경고에도 우상숭배와 타락을 중단하지 못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그래도 주권, 영토, 백성이 유지된 상태

(3) 세 번째 14대: 바벨론 포로 ~ 예수님

(2)이 아무리 추락하는 시기라고 해도, 잠시 반등도 있었고, 주권/영토/백성이 유지되었고, 알려진 역사이다.

하지만 바벨론 포로 이후의 이 시기는 주권/영토/백성을 빼앗기고, 이름도 낯설고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시기이다. 바벨론, 포로 귀환, 말라기 이후 침묵/고난의 400년 동안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떻게 갈릴리에까지 가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지막에 예수님이 등장해서 최고 정점에 이른다. 다윗 왕보다 더 정점으로 치솟는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직전이라는 말처럼.

인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하나도 없을 때, 홀연히(!) 예수님이 등장하신다.

전혀 예측하지 못할 때,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

2. 시대적 흐름

(1) 각 시대마다 분위기가 있다. 한 개인은 시대를 넘어설 수 없다.

한국 교회의 1970-80년대의 비약적 성장도 우리 사회의 시대적 분위기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1960년대 150만 성도는 80년대 이후 700만 성도, 1000만 성도로 증가

물론 성령의 역사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시대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종교도 비약적 성장) 분단과 개발독재 상황이 조성한 심리적 불안감, 정치경제적 불균형, 사회적 불만, 그리고 가치관의 혼란은 한국 교회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했다. 불공평한 경제구조 속에서 느끼는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교회를 찾았다. 한국 교회는 경제 이익의 분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현세적, 물질적 축복을 약속하며 강력한 보상적 기대로 작동한 것이다.

특히 이 시기 한국 교회는 현세적 복에 대해 강조하면서 큰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물질적 차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성공하도록 동기유발하며, 그들에게 물질적 축복을 약속했던 교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적극적 사고, 성공의 복음, 풍요의 복음 등 자본주의화 된 축복의 메시지는 이 시기에 크게 번창한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설교 내용이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시대?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발전 단계, 생존/생활-행복-의미 추구의 시대.

엄청나게 달라진 시대 분위기!

옛날과 같은 부흥/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내면의 부흥/내면의 성장/성숙. 양적이기보다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대라고 본다.

(2) 갑자기 임하는 하나님의 역사

예수님은 시대의 흐름상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소망이 없는 때 갑자기 오셨다.

시간에 크로노스(길이로서의 시간, 수평적 시간)와 카이로스(사건으로서의 시간, 수직적으로 위/하나님에게서 내려오는 시간) 2가지 차원이 있듯이, 미래도 2가지로 말할 수 있다. 푸루툼과 어드벤투스.

푸루툼은 내가 만들어 가는 미래이고, 어드벤투스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다가오는 미래이다.

우리는 푸루툼의 차원에서 인생을 설계하며 열심으로 이루려고 애쓰며 살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주님의 오심을 통해서, 어드벤투스 차원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암울해도, 아무리 소망이 끊겨도 하나님의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하나님의 시간(카이로스)에 하나님이 만들어 나가시는 어드벤투스는 우리에게 임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애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카이로스 시간에 오게 될 어드벤투스를 그저 버티며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길이기도 한다.

예수님을 맞이했던 사람들은 다 그런 사람들이었다. 침례 요한의 부모 사가랴와 엘리사벳, 시므이, 안나 등

결론

예수님의 족보를 통해서 알려주는 예수님

다윗의 후손: 예언된 유대인의 메시아

아브라함의 후손: 모든 민족의 복의 통로

기구한 운명의 4여인: 모든 인생을 아우름

시대적 흐름에 맞게, 한편 하나님의 카이로스 시간에 임할 어드벤투스를 기다린다.

1/4/2023 수요예배